소박한 재료가 건네는 따듯한 힘
찬 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겨울날, 주방에서 피어오르는 온기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마크로비오틱의 관점으로 바라본 오늘의 요리는, 화려하지 않지만 땅의 에너지를 가득 품은 '무연근 떡국'이다. 요리를 시작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이 글을 읽으며 재료들이 건네는 다정한 대화에 귀 기울여 보았으면 한다.
무
몸의 열을 다스리고 소화를 돕는 '하얀 보약'이다.
지혜: 소금 한 꼬집에 몸을 맡기면, 아린 맛은 떠나보내고 본연의 깊은 단맛을 깨운다.
연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폐와 기관지를 보호한다.
지혜: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땅의 기운을 온전히 섭취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다.
다시마 채수
바다를 닮은 포용력
지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채소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다정한 매개체다.
무와 당근: 0.3cm 두께로 정갈하게 나박썰기 한다. 무에는 소금을 미리 뿌려 풍미가 깨어날 시간을 준다.
연근: 반으로 잘라 얇게 썬다. 연근 고유의 구멍 뚫린 문양은 접시 위에 핀 꽃과 같다.
표고버섯: 결을 따라 부드럽게 썰어 쫄깃한 식감을 준비한다.
볶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무를 먼저 볶는다. 무가 투명하게 변하며 숨을 고를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다.
층 쌓기: 연근 > 당근 > 표고 순으로 넣는다. 재료마다 가진 각기 다른 온기를 하나로 나눈다.
가두기: 물을 살짝 붓고 뚜껑을 닫아 ‘워터 소테’ 한다(채소가 스스로 가진 수분을 뿜어낼 때, 인위적이지 않은 가장 깊은 단맛이 완성된다).
채우기: 수분이 기분 좋게 날아가면 채수를 붓는다.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보글보글 끓인다.
완성: 재료가 충분히 익으면 떡을 넣는다. 간장과 소금으로 담백하게 간을 맞추며 요리를 마무리한다.
바다의 향: 향긋함이 필요할 땐 김가루를 손으로 툭툭 찢어 올린다.
안식의 맛: 마음을 든든하게 채우고 싶은 날엔 들깨가루를 듬뿍 넣는다.
경쾌한 마무리: 시원하고 깔끔한 끝맛을 선호한다면 송송 썬 파를 곁들인다.
오늘의 한 줄
"요리하는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채소가 가진 본연의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요리는 충분히 맛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