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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숟가락 May 07. 2024

대안교육기관 지원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요?


  매 학기마다 중학교에서는 ‘의무교육 관리위원회’가 자주 열립니다. 이 위원회에서는 주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학생과 보호자가 참여합니다. 학기의 반도 안 지났는데 벌써 4번의 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교육통계를 보면 매년 전국 5만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선택을 하고 있고, 20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이 공교육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하형석(2020),‘학교 밖 청소년’이 얼마나 있을까? NYPI 블루노트 통계 vol. 50,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학생을 정원 외 관리로 처리하는데, 1년마다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을 점검할 뿐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자퇴 처리된 학생은 안전 확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를 갖게 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마지막 만남의 자리에서 학생과 보호자에게 대안교육과 관련기관에 대해 자세히 알려줍니다.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딸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경기도 대안교육협의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경우 정보제공 동의서만 받습니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요?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정부에서 설치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기관인 ‘꿈드림 센터’로 가거나,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대안교육기관'에 다닐 수 있습니다. 꿈드림 센터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2017년부터 만들어진 정부기관입니다. 꿈드림 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수업, 상담 지원, 진로와 관련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은 국가교육과정과 별개로 개인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인가를 받지 못한 대안학교를 말합니다. 대안교육기관은 학교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학교 교육 철학과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공교육에서 벗어난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이지만, 경기도가 설계한 지원 체계는 상당히 다릅니다. 경기도 교육위기 관련 사업과 관련하여 운영단위 당 평균 예산을 보면 꿈드림 센터는 6억 9백만 원, 대안교육기관은 7백만 원으로 87배 차이가 납니다. 지원이 거의 없는 대안교육기관은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월평균 73만 원의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습니다(윤철경 외(2021), 경기도 교육위기 청소년을 위한 대안적 교육기회 보장방안, 경기도의회, p.145).


경기도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안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도 국가는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 기본법,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중 학업중단학생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법에서 정한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청은 ‘경기도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경기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 ‘경기도 대안교육기관 등 학생 교복지원 조례’ 등 3개의 조례를,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조례’와 ‘경기도교육청 학업중단 예방 및 교육지원 조례’ 등 2개의 관련 조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대안교육 기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조례 제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방자치단체 중 학업중단학생이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4년 4월 5일 장한별 의원을 대표로 29명의 도의원이 ‘경기도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를 발의한 것입니다. 조례의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습니다.


가. 조례의 목적 및 정의(제1조 및 제2조)

나. 교육감의 책무(제3조)

다. 대안교육 지원계획 수립 및 시행(제5조)

라. 대안교육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제6조)

마.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지도 및 감독(제7조 및 제8조)

바. 공공시설 이용 및 협력체계 구축(제9조 및 제10조)


  이번에 발의된 조례는 그전까지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그 이유는 제7조 재정지원 제2항에서 교직원 인건비, 학급 운영비, 안전공제비 등 교육활동에 필요한 경비와 같은 조 제3항에서 소규모 환경개선비 등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게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대안교육기관 운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직원 인건비, 시설 개선비에 대한 구체적 지원을 처음으로 언급한 경기도 조례입니다.


  그러나 이 조례는 2024년 4월 17일 교육행정위원회에서 심의되었는데 의결되지 못하고 보류되었습니다. 쟁점이 된 사안은 제7조 재정지원으로 여당 도의원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며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고, 이날 도의회에 출석한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지역 대안교육협의회, 경기도 대안학교연합회 등 50개의 학교는 경기도 교육감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유사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광주 등의 사례를 들어 지원이 가능함을 주장합니다.


대안교육기관 지원은 의무입니다


  경기도 여성 가족재단에서 발간한 보고서(전민경 외(2021), 경기도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 기초연구)를 보면 대안교육기관을 선택한 보호자는 공교육과 차별화된 교육을 하는 대안학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납세의 의무를 다했기에 자녀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헌법 31조에 제2항에 제시된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라는 교육의 의무는 아동을 노동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지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2024년 4월 17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에서 장한별 의원은 의무교육 연령에 있는 학생들이 미인가 시설에 재학 중이라는 이유로 교육청의 지원대상에서 빠져있음을 지적하면서, 경기도 교육청이 다른 교육청보다 진보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교육위기 청소년을 위한 대안적 교육기회 방안 보고서(윤철경 외)에서는 공교육과 차별화된 개인의 삶의 가치를 반영하는 교육적 선택으로서 대안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세계적 추세와 비교해 경기도 행정기관의 인식이 떨어져 있음을 지적합니다. 경기도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 기초연구 보고서(전민경 외)에서는 한국의 대안학교에 해당하는 덴마크의 자유학교는 공교육의 70%를 재정지원하고 있고, 미국의 차터스쿨은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1인당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대안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며, 소외된 아이들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들은 뛰어놀 공간이 부족하고 낡은 건물에서 불편하게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관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는 보호자들은 개인적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학교 운영에 참여하며 자녀에게 맞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국가의 지원을 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이제 국가 기관이 의무를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 6월의 다시 진행될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에서 '경기도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통과가 그 시작입니다.


출처: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8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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