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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타 Jun 13. 2016

지우는 비

저는 다시 선을 그리겠지만

안녕, 사랑아. 비가 오면 좋겠어요. 이어폰도 없이 그저 창밖을 바라봤어요. 세상에 또 선을 그었어요. 일어나서, 운동화로 슥슥 문지르면 사라질 선이 너무 선명해보여서 그냥 멍했어요. 저는 얼마나 더 많은 세상과 선을 그을까요. 그대를 위한 원 안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까요.

그래서 비가 오면 좋겠어요. 저는 선을 지울 생각이 없으니, 비가 와서 운동장의 모래가 무겁게도 퍼졌으면 좋겠어요. 선 따위 비바람에 지워졌으면 좋겠어요. 선을 새로 긋기 위해서라도, 저 멀리 던져 놓은 나뭇가지를 주워오기 위해서라도 비가 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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