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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Oct 17. 2021

3. 온라인 광고 대행사의 첫인상

여기가 학교인지 직장인지

 2015년 3월, 나는 온라인 광고 대행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 중에서는 그 당시 유일하게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었고, 서울 본사, 부산지사, 중국지사, 일본지사까지 가지고 있는 규모가 가장 큰 회사였다. 입사 동기는 총 9명. 참고로 미리 말하자면 9명 중 8명이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죄다 퇴사했다. 살아남아 주임으로 승진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꿈과 희망에 가득 차 출근을 했다. 신평에서 해운대까지 지하철로 한 시간 30분. 그 당시엔 출퇴근이 힘들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팀 발령이 나기 전 교육생의 하루 일과는 거의 똑같았다.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강의실처럼 생긴 대형 회의실에 모여 앉아 50분 수업을 듣고 10분을 쉬고, 50분 수업을 듣고 10분을 쉬고. 이런 식으로 9시부터 6시까지 교육을 받고 퇴근.


 수업 종류는 디테일하게 기억나지 않으나 기본적인 회사 및 업무 소개, 온라인 광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시작해서 각 카테고리별 특성(패션, 여행, 금융 등등), 영업 방법, 광고 셋팅 실무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교육을 담당해주시는 주임님과 영업 스크립트를 짜서 컨펌받고 실행해보기도 했다. 중간중간 관리자 및 선배들과의 간담회 또한 진행되었다.


 이 기간이 대략 3개월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이 때는 내가 직장을 다니는지 학교에 다니는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그냥 앉아서 배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했다. 이렇게 월급 줘가면서 교육을 시켜놨는데 9명 중 팀 발령 후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8명이 퇴사했으니 회사 입장에서도 참 안타까웠을 것 같다.


 하지만 9명 중 8명이 퇴사한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 우리는 3개월 교육 후 팀을 발령받았고, 그 후 교육 기간 때는 생각도 하지 못한 직장인, 특히 실적을 내야 하는 영업인의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다. 광고 회사였지만 입사 초 주 업무는 크레이티브나 기획과는 거리가 먼, 콜 영업을 통한 광고주 발굴이었다.


 그 8명은 왜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 걸까. 물론 더 좋은 회사에서 기회가 왔다던가 도전해보고 싶었다던가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들의 퇴사보단 나의 버팀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춰보고 싶다. 사회 초년병 시기 멋 모르고 들어갔던 중소 제약회사와 직원 3명의 밀가루 공장에서의 지옥 같은 기억들이 나를 좀 더 붙잡아준 게 아닌가 싶다. 


 다음 글부터는 팀 발령 이후 본격적인 온라인 광고대행사 AE의 경험을 옴니버스 식으로 풀어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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