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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Feb 14. 2023

7. 직장인이 치는 테러

 AE들은 사고를 치는 것을 "테러"라고 표현했다. 군대에서도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새벽 3시 30분에 야간 근무를 나가기 위해 김 상병을 깨워야 하는데 박 병장을 깨우는 등의 실수를 "테러쳤다" 라고 표현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귀엽다.


 AE는 정말 테러치기 좋은 직종이다. 지금은 물론 다르겠지만 그땐 정말 기상천외한 테러가 많았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영업으로 보내고, 정작 영업해서 가지고 온 광고주를 키울 시간은 부족했다. 광고주를 관리하는 업무는 대부분 야근을 하며 진행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실수가 잦아졌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한 사람당 맡은 광고주도 많다보니 테러는 필연적이었다.


 테러도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다. 큰 테러와 작은 테러. 그것 외에도 광고주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테러와 아닌 테러, 광고주가 먼저 발견한 테러와 아닌 테러, 상사가 먼저 발견한 테러와 아닌 테러 등등 테러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다. 


 내 기억에 남는 가장 큰 테러는 네이버 박스 광고 진행을 위해 광고비 충전이 필요한데, 요청하는 타이밍을 놓치는 테러였다. 광고주 회계팀이 퇴근을 한 후에 내용을 전달하는 바람에 광고주가 적금을 깨서 사비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충전해야만 했었다. 물론 나중에 돌려받기야 했겠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테러를 쳤다. 실수로 암막커튼 키워드에 일반 커튼 랜딩을 설정했는데, 이걸 광고주가 먼저 발견해서 노발대발했던 적도 있었다. "품질은 UP, 가격은 DOWN!"이라는 광고 카피를 넋놓고 적다가 "가격은 UP, 품질은 DOWN!" 이라는 문구로 적어서 그 광고가 3개월 이상 나간 적도 있었다.


 동료 중 한명은 인수인계를 위해 내부적으로 주고받는 문서에 광고주 욕을 적었는데, 실수로 그 문서를 광고주에게 보낸 적도 있었다. 수습하기 위해 부서장들이 총출동해서 광고주에게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동료들과 광고주에게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의 귀여운 실수로 봐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테러가 무서운 점은 언제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조작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긴 하다. 어쨌든 잘못은 잘못이니까. 하지만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계정이 어디있나?"


 말 그대로였다. 팀 매출이나 태도, 그 외의 것 중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어 강한 피드백이 필요할 때, 팀의 기강을 잡아야 할때 팀장님은 우리가 관리하는 광고주 계정을 그야말로 탈탈 털었다. 미친듯이 털다보면 사소하게라도 테러행위가 발견되지 않을 수가 없다.


 노출이나 유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초 세부 키워드의 랜딩페이지라던가, 문구, 이미지는 왜 이런 것을 썼냐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관리 이력을 보고 관리가 부실하다고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다시피 그 당시 팀장님은 로마 군대같은 조직을 유지하고자 하셨기에 지금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만 그 당시에는 힘들었다.


 아무튼 우리는 광고주를 수주하고, 성장시키며 환희를 맛보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테러를 숱하게 치고, 광고주에게 사과하고, 팀장님한테 다이어리로 머리통을 맞으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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