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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노을을 소나기가 빗어냅니다. 푸르렀던 하늘은 자줏빛 노을이 번지며 어느새 진홍으로 펴져나갑니다. 세상을 집어삼킨 붉은빛, 도시는 붉은 옷을 입고 어렴풋한 형상 아래 푸른 그림자가 넓어집니다.
미세한 파장이 지면을 매웁니다. 점점 조밀해집니다. 노을 지는 하늘, 바람을 타고 사선으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땅에 생명을 가져다주는 폭탄처럼 각자의 목적지점을 향해 뛰어듭니다. 그 빗은 폭우로 변할까요. 미세한 파장은 마지막 순간에 더 크게 진동하게 될까요. 일상 어느 사이에 서 있는 붉은 공간을 빗는 '진홍 빗'을 소개합니다.
• 색상명 :진홍 빗 / scarlet. vit
• 전시 : 꿈뼈재
• 작가 : 김형관
• 재료 : 유화, oil on canvas
• 위치 :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4-5층
• 기간 : 2024.10.04 - 11.01
바라는 것을 세우고 그것을 태우는 이 3단계는 모든 것을 해석하는 마법의 열쇠 같다. 우선 한 사람의 다양한 작업 양상을 설명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 체계가 부정될 수 있음을 긍정하며, 나아가 한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의 사고체계에 대한 흐름을 지적한다. 모든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아주 단단하게 닫힌 설계도인 것이다. 《꿈 뼈 재》가 가지고 있는 이 기막힌 패러독스는 끊임없이 상대를 공격하고, 자기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스스로 더욱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 당장은 이 패러독스를 깰 주문이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검은 드로잉과 선명한 색감의 작은 캔버스가 맞서고 있는 전시장의 주술적인 상황에 서서 그가 바라는 꿈과 세우고 있는 뼈와 태워버리고 남을 재를 찾고 또 찾아볼 뿐이다.
글 전희정 (갤러리 소소)
전시 서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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