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피하기 게임, 최후의 승자는

김티쳐의 완벽한 학교

by 레이첼쌤

인사 내신철이다. 김티쳐는 만기자 현황 공문이 뜨기를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도대체 어느 학교로 인사 내신을 신청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주요과목이라 예체능이나 기타과목에 비해 여유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에 이동은 누구도 보장 못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12월이 되면서 김티쳐는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발만 동동 구르며 공문을 내내 기다렸다.


드디어 만기자 현황이 떴다. 각급 학교 모든 과목의 만기자, 퇴직 예정자 현황이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 복잡한 내용을 다 수합해서 정리한 교육청 직원들은 얼마나 고생했을까싶다. 다시 한 번 장학사나 전문직은 언감생심, 도전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직은 젊다면 젊은 나이에, 휴직도 오래 한 터라 경력점수가 낮기 때문에 이동 점수가 불리한 편이다. 이미 평판이 괜찮은 학교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서 점수 높은 사람들이 독차지하는 구조다. 거기에다 올해는 인사이동에서 더 큰 변수가 생겼다. 그건 바로 엄청나게 유명한 빌런들이 대거 만기자 현황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빌런들이 대체 어느 학교로 쓸건지, 경력점수는 얼마나 되는지, 어쩌다 빌런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건지소소한 에피소드들까지 공공연하게 공유되는 뒷정보들을 캐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생들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같이 일하는 동료교사가 잘 맞고 힘이되면 그나마 살만한데, 그마저도 보장이 안되는 환경에다가 되려 동료가 스트레스의 주범이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학교생활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 한가지.

그 사람들은 어쩌다가 교직계에서 공공연한 빌런이 되었는가.


대체 얼마나 비호감이길래 다들 한 교무실에서 일하기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걸까.


김티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그 학교에 소위 빌런샘과 같이 근무하고 있는 옛 동료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빌런에 대해 물어보자 한 숨을 푹 쉬며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냥 전방위적으로 모든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이슈가 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논란의 중심에 항상 그 빌런샘이 있다고 한다.


학생과의 관계, 동료교사와의 관계, 관리자와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 등 모든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고 관리자와 동료교사들은 그 뒷감당을 하느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기적이기까지 해서 손해는 절대 보기 싫어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데, 본인 차는 신형 외제차라서 업무 담당자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가지고 가는 출장은 갈 수 없다고 거절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 무수한 에피소드가 넘쳐나지만 길게 통화하기 어려워서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빌런샘들의 특징을 파악해보니 가장 큰 건, 사람들이랑 소통이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동료들과, 학생 학생부모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고 그래서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게 그들의 주된 공통점 중 하나였다.


이러한 판이니 학교 업무중에서도 일이 거의 없는 한직 부서에 배정받아서 한가로이 학교 생활을 한다는게 또 다른 공통점이다. 그들이 하지 않는 그 나머지 일은 누군가가 맡아서 담당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철밥통 공공기관의 한계다. 아무리 한가하게 놀아도 잘리지 않는다는걸 그 누구보다 빌런 그들 자신들이 잘 안다.


아무리 그들을 피하려고 연구해봐도 인사라는게 워낙 예측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아서 완벽하게 피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몇주간의 고심끝에 소신지원으로 최종 5개 학교를 결정하고 서류를 제출했다. 이럴거면 애들 어렸을 때 힘들어도 그냥 휴직하지 말걸, 경력점수 열심히 차곡차곡 모아 놓을걸, 후회가 밀려온다.


몇달뒤 결국 인사발표가 났다. 다행히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빌런은 피한것 같다. 하지만 평판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 분들이 대거 같은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찝찝함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발령받은 학교 교감이 굉장히 깐깐하다는 소문이 많다.


그냥 내 업무만 열심히 하면 별 일이야 있겠어,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새학기 준비기간 시작되기 전에 남은 방학동안 애들 데리고 체험수업이나 문화센터수업 열심히 쫓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3월이 오는게 두렵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지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