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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춘기를 마중나가며

여자의 속 이야기 1화

by 김수다

“혹시 성조숙증 의심되는데 아는 좋은 의사 있어?”


가끔 지인들이 의학적 조언을 물을 때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 콧물이나 설사, 두드러기 같은 것들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성조숙증이나 월경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그만큼 아이들이 컸다는 증거일 것이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사람들의 이런 고민을 듣다보면 사춘기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싶어진다.


의학적으로 사춘기는 ‘인지, 정신사회적, 생물학적 성숙의 과정 (process of cognitive, psychosocial, and biologic maturation) 이며, 2차 성징은 가장 눈에 띄는 사춘기의 특징 (the most visible manifestations of the onset of puberty) 으로 생식능력(임신)을 획득하는 과정’ 으로 정의된다.

산부인과 생식내분비학 교과서에는 사춘기를 ‘축하의 시간 (a time of celebration)‘ 이라고 부른다. 성장과 성숙을 맞이하는 인생의 전환점. 축하하고 축복해야 하는 시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따분한 의학교과서에 이렇게나 감격스러운 표현이라니, 사춘기가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10살 무렵 가슴이 찌릿했던 기억, 엄마가 사주었던 첫 브래지어, 언젠가부터 축축하게 젖었던 속옷, 장미꽃 한 송이로 시작했던 생리파티, 엄마의 말 한마디를 좀 처럼 넘기지 못하고 쿵 닫아버렸던 방문,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던 그 시절.

혼자 있고 싶다가도 금세 외로워졌던 그 때.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찾아오지만 쉽지만은 않았던 시절.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기억.


나의 사춘기를 돌아보고 있노라니 나의 아이의 사춘기가 궁금해진다. 내 아이의 사춘기는 어떨까. 그 시작을 잘 눈치챌 수 있을까. 묵묵히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경험자이지만 초조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는 점점 빨라져 우리나라의 경우 여자아이는 대략 10-12세 정도, 평균 10.5세, 초경이 시작되는 평균나이는 12세 정도이다. 남자아이는 이보다 2년 정도 늦는다. 사춘기는 약 4.5년 정도 지속된다.

간혹 다른 아이들보다 이른 시기에 변화가 시작되기도 하는데, 8세 이전의 여자 아이가 유방발달이나 음모가 생기거나 하면 전문의를 찾아가 성조숙증에 대한 진료를 받아보도록 한다.


조금 늦거나 조금 이르더라도 대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전, 아이의 생활환경이나 스트레스, 체중 등 사춘기의 시작에는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불안해 할 때, 엄마는 괜찮다는 말은 큰 위안이 된다. 엄마의 호들갑이 아이에게 더 큰 걱정을 얹어줄 수 있으므로 아이의 이해 수준에 맞게 앞으로 일어날 신체적 변화와 의미, 대처, 마음가짐에 대해 엄마가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춘기에 대한 공부를 성교육이라고 불러왔다. 일반적인 성교육은 생리학적 변화와 생식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성교육은 성적 가치관, 성역할, 성과 관련된 감정 및 관계, 성폭력 등 다양한 범주를 포함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급변으로 어수선한 세상이기에 성교육의 중요성도 날로 강조되고 있다. 내 아이의 성교육을 야동과 학습만화책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엄마의 준비가 필요하다.


엄마가 해주는 성교육의 시작은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책장에 사은품으로 받아 꽂아둔 성교육 동화책을 아이가 읽어달라고 할 때,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지 질문을 할 때, 빨래를 같이 정리하다가 딸은 아직 입지 않는 엄마의 속옷이 보였을 때, 엄마는 왜 아빠랑 다른지 물어볼 때, 자기는 언제 엄마처럼 변하는지 아이가 궁금해 할 때. 언제든 엄마에게는 시작의 기회가 주어진다.


예습, 선행, 사전준비, 유비무환. 부모로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좋아하는 단어들, 아이에게 지겹도록 명심하게 하는 이 단어들을 엄마부터 실천할 때가 왔다.


어쨌든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변화나 질문, 행동에 엄마는 능청스럽게 대답하고 가끔은 그냥 눈감아주기도 해야 할 것이다. 엄마가 왜 그러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거야? 내가 잘못한거야? 아이가 창피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의 성교육이 사춘기에 대한 즐거운 수다가 되었으면 한다. 함께 보내온 시간만큼 사랑이 깊어진 나의 딸에게 다정히 전하고 싶다.


엄마는 너의 사춘기를 마중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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