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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님 이민숙 Sep 29. 2021

아이 학원비로 엄마가 운동을 하면 생기는 일

엄마 운동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엄마 내 교복 빨았어?"아이가 말하는 교복은 학교 입고 다니는 운동복이다. 말하는 투에 짜증이 묻어있다. 그러니까 일단 싸우자고 덤비는 말투다. 세탁은 안 했고, 옷은 주방 의자 등걸이를 어부바하고 업혀있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아이 옷장에 그대로 집어넣은 기억이 난다. 서늘해 지면서 난이도가 조금 올라간다. 딸이 맘먹고 싸우자는 투로 덤빌 때 정면돌파를 할 것인지 노선 우회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빨아 달라고 안 해서 안 빨았는데?"

"엄마! 말 안 해도 세탁기 돌렸어야지. 나 몰라 어떻게 해" 하면서 퉁퉁거린다. 그러면 이것이 엄마를 도우미 아줌마쯤으로 취급하는 거 같어서 기분이 상한다. 마음 같아선 한번 해대버릴까 싶기도 하다. 그럴 때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운동을 간다. 나는 집 근처 대학대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다닌다.



그동안 다니던 구민 스포츠 센터 수영장이 문을 닫고 운동을 할 곳이 없어졌다. 수영은 최상급반으로 다녔다. 몇 번인지도 모르게 계속 뺑뺑이를 도는 수영. 체력이 방전될 때까지 무한대로 돌고 낙오된 사람들은 옆으로 살짝 빠지는... 그래서 그 낙오가 싫어서 물속에서 땀이 날 정도로 기를 쓰고 따라붙는 수영. 그 수영을 하고 나서 수압이 쎈 샤워장에서 찬물로 몸을 씻고 나오면 세상 걱정이 사라지는 수영을 했다.



코로나로 수영장 문은 다시 열릴 기미가 안 보인다. 해서 혼자 하는 운동, 피트니스센터에 다닌다. 혼자 하는 운동이라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브라탑과 쫄바지를 입는다. 그리고 타이머를 정하고 내 안에 최대치 에너지를 쏟는 상상을 미리 한다. 그리고 스트레칭과 러닝머신에서 워킹을 하고 나서 운동을 한다. 처음엔 힘들기만 하던 운동이 이젠 몸에 근육이 생기면서 어느 정도 단순 반복과정에서 힘을 주면 내 몸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거울을 보면서 순간순간 몸이 변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운동하는 재미도 있다.



땀이 비 오듯 운동을 하면 속옷까지 땀에 젖는다. 샤워실은 아직도 코로나로 인해 폐쇄되어서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집으로 온다. 한 달 이용료가 둘째 아이 태권도 도장 비보다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기십만원이 넘는 피트니스 비용은 수영에 비하면 몇갑절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아이 학원비라고 생각한다.

이 아이 학원비 낸셈 치고 엄마인 내가 이 돈으로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가 달라져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큰소리를 막 쳐도 가족들은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다시 말하는데 빨래는 앞으로 세탁기 앞에 둘 때만 세탁한다. 그리고 급한 건 미리 요청을 해야 특급으로 세탁한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건 맞지만 최대한 예의를 지켜 말한다. 알았지?" 하면 "알았어.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엄마. 한다. 말한 내가 봐도 신기하다. 운동을 하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불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세계 8대 불가사이한 일이다. 그래서 아이 학원비를 빼서 엄마가 운동을 다닐만하다.


#글쓰기 #영재밥상 #엄마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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