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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님 이민숙 Oct 15. 2021

어쩌자고 기름 둥둥뜬 소고기 미역국이 먹고 싶을까?

몸이 원하는 음식 만들기 


기껏 된장국을 끓여 놨더니 한다는 소리가

"소고기 미역국이 먹고 싶어. 엄마!" 하길래

"그래? 그럼 저녁에 끓여줄께."했더니 발끈해서는

"엄마는 맨날 맑은 국물로만 끓이잖아. 나는 소고기 기름이 둥둥 뜬 기름진 소고기 미역국이 좋단 말이야!"한다.



'기름진 거 싫어하는 한다고 맑은 국이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딴소리린가?'싶다. 그리고 우리는 본래 기름 둥둥 뜬 국은 육개장으로 그것도 고추기름을 얹은 것이지 기름이 둥둥 뜨게 국을 끓이지 않는다. 남편이 기름이 뜬 국을 끓이면 국을 두고 밥에 물을 말아서 호로록 먹고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기름이 눅진하게 뜬 국, 그러니까 곰국, 부대찌개보다는 맹물에 끓인 미역국이나 된장국 콩나물국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맑은 국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뜬금없이 기름 둥둥 뜬 미역국이라니..... 그것도 짜증까지 내면서 기름 둥둥 뜬 미역국이 먹고 싶단 말인가?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냉동 소고기 한 덩이 8천 9백원 짜리를 샀다. 수입산이다. 그리고 조금은 천천히 저녁을 준비한다. 이시간이 되면 아이들도 천천히 흔들리는 진 자추처럼 일정하게 엄마 곁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하루 일을 알려준다. 사춘기는 독립의 시기이면서도 부모와 연결하고픈 욕구가 연전히 남아있어서 마치 흔들리는 진자 추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멀어졌다가 다시 왔다 멀어졌다 하면서 하루 있었던 일을 알려준다. 나는 이 시간 아이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세상을 공부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으면서......



이 초저녁 시간이 좋다. 이 초저녁 시간에 저녁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키득 대호 웃고 먹고 하는 시간이 좋다. 큰아이가 생리를 한다. 그래서 기름이 둥둥 뜬 국이 먹고 싶다고 했구나. 기름 둥둥 뜬 미역국은 아이 몸이 영양진 음식을 요구하는 것이다는 <깊은 이해>가 들었다. <깊은 이해>는 모든 오해를 순식간에 소멸시킨다.



보통은 절반 정도로 나눠하는데 오자마자 큰 통에 덩어리 소고기와 무를 넣고 푹 삶았다. 냉동 수입산 덩어리 고기라 그냥 삶았다가는 냄새가 날수 있어서 무와 함께 넣었다. 미역을 불렸다가 냄비에 물만 넣고 살짝 볶다가 <기름 둥둥 뜬 미역국>을 끓이려고 참기름을 조금 많이 넣고 볶았다. 고기로만 기름 둥둥뜬 미역국을 끓이기에는 고기가 너무 적다. 그리고 무를 많이 넣었으니 국은 감칠맛이 나고 맛있을 것이다.



그러고는 삶은 소고기를 편 썰어 수육으로 조금 남기고 미역국에 넣었다. 간은 조선간장을 많이 넣고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볶은 소금 조금만 넣는다. 다진 마늘은 귀찮아서 넣지 않는다.



그리고 미역국을 끓이면서 남편이 주워온 큼지막한 돌을 끓는 물에 데웠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돌을 뜨끈하게 해서 수건에 싸서 품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몸이 좋아진다.



만 원짜리 고기 한 덩이를 사서 삶아 수육으로 한 접시 먹고 미역국을 끓여 밥을 말아 묵은지에 먹었다. 뜨끈한 돌을 품고 잠을 잔다. 초등 6학년이 '유난히 미역국이 맛있네요.'하면서 한 그릇을 먹는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고 일상이지만 오늘 미역국은 기름진면서 담백하고 맛있는 미역국이다.







엄마 오늘 실과시간에 평소에 먹는 식탁의 반찬에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어야 하는지 식단을 짰는데

나는 밥, 된장국, 김치 하니까 2백그루고

내 짝은 돈까스, 계란말이 육개장에 2천그루 나왔어.

 -초등 6학년 둘째 아이가 오늘 해준 말 







#글쓰기 #영재밥상 #미역국 #반찬








참기름을 많이 넣어 미역을 볶으면 기름진 미역국이 된다.









고기는 편썰어 소금을 찍어 먹고, 반찬 가짓수도 늘린다. 











돌을 따뜻하게 해서 안고 자면 좋다.











그렇게 먹고 싶다는 기름 둥둥 뜬 소고기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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