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he Story of
Future Writers

by 탱탱볼에세이 Mar 14. 2023

낚시의자가 왜 카페에 있지?

너가 왜 거기서 나와

 같은 동남아 국가이지만 나라별 카페문화가 다르다. 덕분에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베트남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로컬카페다. 사소한 요소인데 처음 보는 공통적인 요소를 볼 때마다 신기한데?를 연발하게 된다. 이제는 없으면 뭔가 서운한 베트남 로컬카페의 보물 3가지를 소개하겠다.

1. 물 한 잔

 보통 해외에 오면 물 한 잔 얻어먹기 힘들다. 그래서 셀프로 얼음이랑 물 마음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 가게 배려심 있네 다시 보게 된다. 베트남 로컬카페는 자리 앉자마자 꼭 물 한 잔을 건네준다. 웰컴워터 같이 어느 카페에 가든 물 한 잔 내어주는 건 공통적인 모습이었다. 물 한 잔을 비우면 아예 물 한 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덕분에 베트남 카페에서만큼은 목마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2. 접이식 낚시의자

 온 세계가 날 주목하진 않지만, 적어도 베트남 길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시선들이 느껴진다. 특히 베트남 로컬카페에서 그렇다. 접이식 낚시의자가 주르륵 야외에 테이블과 함께 놓여있기 때문이다.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는 의자 배치가 신기하다. 거의 모든 의자가 바깥 거리를 볼 수 있게 시선을 두고 있는 구조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친구들이랑 대화 나누고 길거리의 사람들 구경하기 좋은 환경이다. 공동체주의인 베트남에선 남들에 관심을 많이 두기 데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공간 배치인 것이다.

  베트남 로컬카페는 동네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랜 시간 특별히 급한 일 없이 머무르는 장소다.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기도 하고, 장기를 두기도 한다. 중요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TV를 설치해 같이 관람하기도 한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가만히 앉아있는데 길거리의 오토바이는 세상 바쁘게 달려가니까.


 접이식이고 의자가 작기 때문에 공간차지도 적고 언제든 접었다 펼 수 있어 실용적이다. 적어도 베트남 카페에서는 앉을자리가 부족해서 커피를 못 마시는 일은 없다. 자리가 워낙 많기 때문. 목욕의자처럼 높이가 낮고 땅바닥 친화적이다. 다리를 바짝 굽혀야 하는 불편해 보이는 길이지만 등받이가 있기 때문에 기대면 은근히 편하다. 간편하지만 유용한 의자 덕분에 자리를 많이 차지 않아서 오랜 시간 앉아있을 수 있다.

3. 잉어

 베트남 사람들은 잉어에 진심이다. 몇 년 전에는 아예 카페 바닥 자체를 물로 가득 채워 물고기를 풀어놓는 곳이 있어 기사화되기도 했을 정도다. 공간이 크면 연못을 꾸미고 정원을 만든다. 자리가 협소하다면 작은 어항이라도 둔다. 물고기 키우기 어려울 텐데 다들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와 동일하게 잉어는 길조를 뜻한다. 행운이 깃들길 바라면서 잉어를 키우는 듯하다.


 베트남에선 음력 12월 23일은 가정의 신을 숭배하는 날로, 잉어를 물에 방생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가정의 신들이 잉어를 타고 가 옥황상제에게 본인 가정에 좋은 보고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족의 행복과 부를 기원하기 위해서 방생 보통 1명당 5~10마리 정도의 금붕어 또는 잉어를 구매한다고 한다.

 벌써 베트남 다낭살이가 2주가 되었다. 내가 발견한 베트남 로컬 카페의 특징은 아직 이 정도다. 어느 나라나 카페는 공통으로 있는데,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어서 방문하는 시간이 즐겁다. 마치 탐정이 된 듯 이건 왜 그럴까 이 나라는 왜 다 기본적으로 어딜 가나 같은 특징이 있을까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사소한 디테일일수록 그 나라만의 문화를 담은 것일 수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이 삼겹살집이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