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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15. 2023

다낭 효도관광 1일 차

한달살이 집에 엄마를 초대하다

 드디어 엄마가 오셨다. 내가 이곳에 한 달 사는 동안 오고 싶어 하셔서 다낭행 비행기표를 끊어드렸다.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알아보다 보니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하는 비행일정. 설렌 마음에 일찍이 오토바이 택시를 잡아탔다. 오빠 달려. 드라이버는 큰 도로를 지날 때마다 경적을 울렸다. 이 길을 지나가겠다고 미리 열심히 알리는 것이다. 걸어 다닐 땐 그저 시끄러웠는데, 오토바이에 타보니 오히려 안심이 되더라.

 늦은 시간에도 달리는 오토바이가 많았다. 다들 밤낮을 모르고 일하나 싶더라. 1시간 먼저 공항에 도착했다. 덕분에 분위기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도착해서 나오는 출구는 하나고 작은데도 사람들이 북적댔다. 한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여행사 직원들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간단한 푯말을 들고 서있다. ㅇㅇ투어 ㅇㅇㅇ 외 4명, ㅇㅇ여행사 ㅇㅇㅇ 차장 이런 식이다.


 모든 공항이 다 이런 푯말을 들고 서 있지만, 대부분 한국어로 쓰여있는 건 처음이라 새로웠다. 공항엔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경기도 다낭시인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순간.


 다들 이산가족상봉하듯 여행사 직원과 손님이 만난다. 가끔 오류를 겪기도 한다. 같은 여행사인데도 담당직원이 다른 경우에 특히 그렇다. 가이드를 뒤늦게 만난 손님은 “이름이 잘 보이게 더 위로 들고 있었어야지!” 라며 크게 호통 치신다. 디지털화된 세상이지만 60대 관광객이 공항 도착하자마자 전화나 인터넷이 되기는 쉽지 않은 법. 이름 몇 자로 처음 보는 사람끼리 연결될 수 있는 아날로그 풍경이 놀라웠다.

 엄마는 혼자 외국공항에서 수속절차를 밟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패키지여행으로만 해외를 누비셨기 때문이다. 경기도 다낭시에서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리라 봤다. 워낙 한국인이 많고,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진행하는 곳도 아니기 때문. 예상대로 무사히 입국심사를 마치고 위탁수화물을 찾아 출구를 빠져나오셨다. 알을 깨고 나온 엄마가 대견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첫날은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네일이 한국보다 저렴하니 엄마는 네일을 받고 싶다고 하셨다. 며칠 전 친구랑 미리 가본 동네 네일숍에 갔다. 오픈시간이 꽤 지난 시간인데, 안 열려있더라. 첫 계획부터 찾아온 시련.


 바닷가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이곳. 세계 3대 해변인 미케비치가 나올 때까지 내리 걸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그저 발에 바닷물 한번 담그고 야자수 밑에서 사진 찍어보는 걸로 여유를 부려보았다.


 열심히 걸은 당신! 달달한 음료가 당길 시간이다. 코코넛커피를 마시러 단골카페에 갔다. 내가 미리 며칠 동안 마셔본 코코넛커피 중 제일 맛있는 곳이었다. 다행히 엄마에게도 코코넛커피 맛은 합격점을 받았다. 내가 마신 바로 그 맛을 공유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밖이 더워서 그런지, 마사지 얘기가 나왔다. 엄마가 얼굴 마사지받고 싶다고 정확하게 콕 집어서 말씀하셨다. 구글맵 리뷰 좋은 곳을 찾아서, 바로 마사지샵에 갔다. 유창하게 한국말하시는 직원분이 계셨다. 얼굴마사지 90분 부탁드립니다.


 해외에서 처음 해보는 얼굴마사지는 즐거웠다. 우선 얼굴에 스팀을 줘서 뜨겁게 한 다음, 피지를 빼준다. 계속 스크럼을 발라 피부의 근육을 살살살 움직이며 느슨하게 풀어줬다. 마지막엔 팩을 붙이고 머리와 어깨 마사지를 해주시는데 혈을 꾹꾹 눌러주셔서 시원했다. 태국마사지가 부드럽고 스킬풀 하다면 베트남마사지는 혈을 제대로 자극시켜 파워풀하달까. 마사지사님이 씨앗을 심기 위해 척박한 땅을 고르는 농부이신 줄 알았다. 마사지가 끝나고 망고까지 내어주셨다. 달달한 90분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베트남 음식 반쎄오를 먹었다. 엄마는 동남아음식 잘 못 드시는데, 이건 맛있게 드셨다. 엄마에게 먹을 만한 베트남 음식 하나가 생겨서 다행. 나도 처음 다낭 왔을 때 베트남음식에 물꼬를 튼 것이 반쎄오였다. 엄마도 이 경험 덕분에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기를!


 배가 불렀으니 아침에 실패한 네일을 다시 도전했다. 식당 근처 네일숍을 찾아봤다. 열심히 찾아갔는데 또 문을 닫았더라. 오늘 네일 하는 날이 아닌가? 엄마는 첫날 꼭 받고 싶은 눈치였다. 근처 또 다른 곳을 찾아갔다. 역시 세상에 네일숍은 많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인 걸까.


 우리가 방문한 곳은 직원이 10명이 넘는 큰 규모의 네일스파숍이었다. 엄마 담당직원은  왼손 한 명, 오른손 한 명 두 명이 네일을 해줬다. 엄마랑 처음으로 네일을 똑같은 색깔로 나란히 칠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손톱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네일 끝나고 요구르트랑 과자를 내어주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아쉬웠던 점은 네일 가격이 한국 가격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한국 가격을 받는 걸까. 다음엔 베트남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네일숍에 가기로 엄마랑 합의했다.

 엄마가 하루에 5만 원만 쓰자고 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하고 싶었던 네일과 마사지, 2만 보 걷기, 시장에서 망고 구매까지 다 이룬 하루였다. 나도 내가 맛있게 먹은 베트남 대표음식 반쎄오와 코코넛커피 맛을 엄마에게 공유할 수 있어 뿌듯했다. 엄마에게 글로만 전했던 이야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느끼게 해 줄 수 있어서 즐겁다. 패키지여행처럼 스케줄이 착착착 짜여있진 않지만, 그래서 어딜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의 효도관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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