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콜은 사양-끝나버린 사랑의 무대는 다시 열리지 않아

한 번 스쳐간 인연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작은 결심

앵콜요청금지 by 브로콜리 너마저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인연일 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 맘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인연일 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 맘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아무래도 니가 아님 안되겠어 이런 말하는 자신이 비참한가요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수는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아요


I. 인디씬 속 공감의 언어

-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듯한 이별 감성을 담은 배경 이야기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는 2000년대 후반 한국 인디음악계에서 큰 공감을 얻은 곡입니다. 당시 홍대 인디씬은 꾸밈없는 감성을 표현했고, 이 곡 역시 간결한 가사와 멜로디로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특히, ‘공연 앵콜’이라는 소재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감정으로 빗댄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II. 끝을 알리는 키워드: “앵콜요청금지

-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담아낸 핵심 상징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가사 1행)는 지나간 사랑을 다시 불러낼 수 없음을 선언하는 구절입니다. 앵콜이 본래 관객의 요구로 공연을 다시 이어가는 긍정적인 의미지만, 여기서는 사랑의 재회를 의미하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동양권의 고사성어인 파경중원(破鏡重圓)이 깨진 인연의 재회를 상징한다면, 이 곡은 오히려 재회 불가능성을 강조하며 대조적 태도를 보입니다.


III. 운율과 언어적 장치: 서정적이지만 날 선 표현

- 담담한 문장 속에 숨긴 리듬과 반복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가사 Ⅵ행)처럼 긴 문장이 반복될 때마다 감정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특히 반복되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인연일 걸 알아요”(가사 Ⅶ행)는 체념과 현실적 인식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이런 반복은 서양 음악에서도 자주 쓰이며, 글로리아 게이너(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1978)의 “처음엔 난 두려웠고, 얼어붙었죠”(At first I was afraid, I was petrified) 같은 구절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IV. 화자의 시선이 그려내는 서사

- 감정이 어떻게 시작되고 완결되는지 추적하기


가사 초반부터 화자는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가사 3행),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 그 맘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가사 10행) 등 흔들리는 마음을 드러내며 점차 자책과 갈등의 심리적 서사를 전개합니다.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아요”(가사 22행)라는 마지막 구절은 결국 체념과 자기보호적 결단으로 귀결됩니다.


V. 사랑과 이별의 상호텍스트: 다른 작품들과의 연결

- 동서양 문학·가사 등과의 비교


이별 후 재회를 거부하는 주제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투스(Heraclitus)는 “당신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You cannot step into the same river twice)고 말하며, 시간의 비가역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가 애절하게 재회를 호소하는 반면, 비욘세(Beyoncé)의 『Irreplaceable』은 “너 정도 되는 사람은 당장 쉽게 만나지”(I could have another you in a minute)라며 강한 단절을 선언합니다. 『앵콜요청금지』는 이 중간지대에서 미련과 단호함 사이를 섬세하게 오가며 독특한 정서를 자아냅니다.


VI. 사회·철학적 함의: 이별을 마주하는 태도에 대하여

- 인간의 관계와 자존감에 관한 고민


“더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가사 3행)는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을 거부하는 선언입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이별 후 흔히 겪는 부정→분노→체념→수용 단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가사 8행)는 차가운 자기보호와 죄책감 사이의 내적 갈등을 드러냅니다. 궁극적으로 이 곡은 관계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정서적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VII. 결론: 반복되지 않는 무대, 그러나 또 다른 시작

- 가사의 예술적 가치와 삶에서의 의미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수는 없어요”(가사 1행)는 단순한 슬픔의 표현을 넘어, 지나간 시간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공연 무대의 앵콜이라는 상징적 요소를 통해 지나간 사랑은 반복되지 않으며 받아들여야 한다는 진실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청자에게 자기 존중과 감정적 성숙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가사는 감정의 정리와 치유를 위한 하나의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끝난 무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태도는, 삶에서도 중요한 자세입니다. 그런 점에서 『앵콜요청금지』는 많은 이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며, 단지 슬픔만이 아닌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독려하는 작품으로 남습니다.


(이 글은 『앵콜요청금지,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 2007, 트랙 3)』의 가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더 다양한 시각을 원하신다면 아티스트 인터뷰나 다른 리뷰도 참고해보세요. 음악의 매력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