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우리의 빛

부제 (e: exponential)

by 맛소금 반스푼

大수학자 오일러가

평생을 바쳐 찾아냈던

자연스러운 수의 증가

그 업적을 기리는 이, 몇이나 되겠는가

고등 수학의 기초부터

우주마저 설명하는 진정한 정의


대입을 앞에 둔 마지막 학교

이과의 꽃 중에 꽃이라던

만물의 증명, 그 자부심 가득 찬 진리의 과목

자신을 부정하듯 증명조차 하지 않고

역사도 출처도 설명도 없이

침묵 속에 불현듯 등장하도다.


네 번이나 혁명했던 교육과정은

자기들도 말 못 할 도구를 들고

의미를 알지 못해, 진리를 파고든 순간

설명하지 못함이 드러났는지

무능함을 꾸짖으며 매를 들었다

Euler가 이를 보면 눈을 뜰지도


몇 번이나 혁명은 반복됐어도

그 의미를 아는 학생 몇이나 될고?

아무래도 비밀스러운 우주의 진리

특허 없는 당신들의 영업비밀을

이단자가 증명하는 교육의 허상

이리 배운 장영실은 암기의 천재


Veritas Lux Mea

외쳐온 진리는 그대들의

Veritas Lux Nostra

원하는 진리는 우리 모두의




작년에 유튜브를 보고 나서 적은 글입니다. 우연히 수학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영상을 하나 보았습니다. 그저 '익스포넨셜'이라고 암기 과목처럼 주입되었던 자연상수 e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보는 동안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제대로 된 정의와 용도도 모르면서 고등학교부터 대학에서까지 배웠던 대부분의 과목마다 등장하였지만, 정작 '이것이 무엇이다' 어느 누구도 설명은 하지 않고 다들 그냥 썼습니다. 교수님부터 학생까지 마치 한국어의 'ㄱ, ㄴ, ㄷ'처럼요. 그렇게 아무런 의심조차 없었던 저의 무지가 부끄러웠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면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갑니다. 이과보다는 문과적성이 높았지만, 문과 가면 취업이 어렵다는 누군가의 말을, 마치 그 길이 아니면 실패만 있을 거라며 말하신, 대학을 다니지 못하셨던 어머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결국 이과에 갔습니다. 성적이요? 힘들게 쌓아 올렸던 전교 상위권 성적이 200-300등 내려갔습니다. 이해와 납득이 안되면 그 학문 자체를 거부하는 심리가 매우 컸나 봅니다. 전년도 담임 선생님과 면담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e녀석이었거든요. 넋두리는 이 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과연 좋은 시스템인가 제가 고민할 몫은 아니지만, 교육계에 계신 분들은 한 번쯤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올려봅니다.



해설

e : 자연상수, 오일러 수라고 불리는 e는 베르누이가 연이율 100%를 가정하고 복리 계산을 극한으로 쪼개보다가 도달한 수치였습니다. 이를 수학적 기호로 정의하고 세상에 알린 이가 오일러였지요. 미분이 들어가는 여러 가지 수학, 공학 계산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주 편리한 숫자였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고등학교 수학교과서에서 난데없이 등장하였습니다. 설명도 '자연상수 e를 밑으로 하는 지수함수는 미분해도 동일하다.' 이 정도가 전부였어요. 자연상수가 뭔데요? 알려주는 선생님이 학교에도 학원에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수학을 전공한 건지도 지금 생각하면 의문입니다. 적어도 저는 27년 만에 유튜브를 통해 그 정의를 배웠습니다.


네 번이나 혁명했던 교육과정 : 4차 교육과정입니다. 1997년 수능을 본 세대가 마지막입니다. 졸업 기준으로 마지막 국민학생들이기도 하고요. 교련 과목이 아직 남아있었지요.


우주의 진리 : 오일러 등식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수학자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이다'라고 칭송하기도 합니다.

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숫자들이 모여있지요.

0 (무): 덧셈의 항등원. '없음'을 의미하는 수.

1 (유): 곱셈의 항등원. 모든 수의 시작이자 기준.

π (공간): 기하학의 대표. 원과 주기, 우주의 공간적 반복을 상징.

e (시간/성장): 해석학의 대표. 자연스러운 성장과 변화의 연속성을 상징.

i (상상): 대수학의 대표. 실존하지 않는 허수, 차원을 비틀어 회전을 만듦.

우주의 근본 원리이자 양자역학의 중요 개념인 진동과 파동을 정의하는 오일러 공식 x에 π를 넣은 것과 같지요.


이단자 : 하필 그 수학선생님을 만나서 질문을 던졌던 저 자신 일수도, 아니면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e를 가르쳐준 그 유튜브 채널 주인분일 수도요. 중의적으로 써봤습니다. 만약 저라면 비판하셔도 괜찮습니다. 남을 비판하면서 비판받을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Veritas Lux Mea : 서울대학교 로고에 박혀있는 그 표어 맞습니다.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진리가 진리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인가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진리의 최전선에서 교육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주길 바라는 소망도 있고요. 결국 교육계의 생계를 책임지는 입시구조가 그대로 입시 산업이 되어버린 현실, 이러한 토양에서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만들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뜻이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유학을 다녀왔더군요. 앞으로 인구도 줄어듭니다. AI는 발전하고요. AGI가 등장하면 이런 주입식 교육으로 새로운 직군을 창출할 수 있을까요? 날이 갈수록 걱정스러운 산업의 과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며..

이토록 중요하고 다방면에 사용될 개념을, 진도를 맞추려고, 단순히 계산이 틀리지 않으려고, 원리도 정의도 모르는 무지한 상태에서 다루는 법만 알려주었으니, 유식함을 학력과 학벌로 가장했던 세대에게 무엇을 배운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대학에서 배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요. 물론 대학에서 찾아볼 생각도 못해본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잘못이겠습니다. 하지만 다들 자연스럽게 사용만 하니 호기심이 생기다가 말았을 겁니다.


수포자(수학포기자)는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배웠다면 수학도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형태의 즐거움을 주는 학문이 아니었을까요??


#수학 #교육비판 #오일러공식 #에세이 #진리는나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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