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모래 위의 맨발학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389일, 나는 어느새 ‘걷기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이런 변화를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담배를 끊은 후 찾아온 체중 증가와 혈압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 걷기를 시작했을 뿐이다. 과거 신발을 신고 13년을 걸으며 나름의 건강을 챙겨 왔다. 하지만 맨발 걷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를 선사했다.
맨발로 걷기 시작한 이후, 내 몸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혈압은 약 없이 정상 수치를 유지하고 있고, 불면으로 힘들던 날들이 사라졌다. 눈만 감으면 깊은 잠에 빠져드는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다. 장운동도 온몸으로 느껴지게 활발해 하루 두 번 이상 화장실을 가는 규칙적인 몸이 되었다. 모두 내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추암해변을 걷는다. 날씨가 추운 겨울, 걷는 모습을 본 관광객들은 어김없이 묻는다. “춥지 않으세요?” 나의 대답은 늘 같다. “걷기 시작할 때는 약간 차갑지만, 몇 분만 지나면 땀이 나고 몸이 후끈후끈해져요. 추위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였다.
맨발 걷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운동이 아니다. 자연과의 연결, 내 몸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의식 같은 것이다. 걷기를 통해 얻은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389회의 해변맨발 걷기는 ‘걷기’로만 기록되지 않는다. 그것은 몸과 마음을 다시 세우고, 삶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추암해변의 바람과 모래가 발을 적실 때마다, 나는 그 변화를 온전히 느낀다. 맨발 걷기는 내게 자연이 준 선물이자,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