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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렬 Feb 25. 2018

올림픽의 위험한 속성

은메달 따고 웃음과 쾌재 한 조각내지 못했다. 얼음판 위에서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인터뷰 때 화면 한 가득 두려움에 떠는 김보름 선수 얼굴을 보자니 괴로웠다. 시상식에서도 고개 숙인 모습이 대부분이었고, 고개가 들리면 정처를 잃고 불안 속에서 표류하는 눈동자만 눈에 들어왔다.


뒤이은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 선수가 1위를 차지했다. 정재원 선수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금메달이라며 한국 대표팀 팀플레이에 극찬이 쏟아진다. 근데 이 종목은 단체 종목이 아닌 개인 종목인데 팀플레이라는 말자체가 모순 아닌가?  


팀추월 종목은 팀플레이가 경기의 존재이기에 팀원 중 누구 하나라도 특히 맨 마지막 선수가 뒤처지면 기록이 나빠지더라도 선수를 받쳐주어 촘촘한 대열로 골인을 하는 게 도리라고 말한다. 김보름 선수는 논란의 팀추월 경기에서 자기가 지금껏 해온 선두 역할과 기록을 펼쳤다. 팀추월 경기의 도리를 망각하고 마치 개인전 마냥 경기를 한 것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개인 종목인 매스 스타트에서 나온 팀플레이 역시 경기의 도리를 망각한 게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런 가정도 해본다. 만약 노선영 선수가 뒤처진 상태로 골인한 것과 무관하게 팀추월에서 1위를 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왔을지.


분명 골인을 한 뒤 노선영 선수를 홀로 방치한 일은 비난받을 일이고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런데 이게 대국민사과급 기자회견을 열리게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이 올려진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현재, 참여인원이 현재 59만 명에 달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 물론 빙상연맹 엄중 처벌에 동의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어찌 됐든 제목의 시작은 김보름 선수 이름이다.



이전까지 평창올림픽 관련 최다 참여인원 국민청원은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으로 35만 명이다. 아울러 국민청원 역대 최다 참여인원은 '조두순 출소 반대'로 61만 명이고. 국회의원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검열되고 끔찍한 범죄 관련 청원과 견줄 정도에 감정이 발화되는 모습. 이건 우리 사회의 이상한 속성보다 올림픽이 지닌 위험한 속성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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