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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박이 Jun 06. 2018

설렁설렁 대충대충 게으른 여행 준비

떠나기 전날이 가장 떠나기 싫어지는 게으름뱅이의 대충 여행 준비 

  생일 선물로 태국 여행 콜? 그냥 가벼운 농담이었다. 말로 인심 쓰는 거 더한 것도 못하랴 하는 마음에 콜! 장난스레 맞장구쳤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농담이 현실이 됐다. 생일선물로 보내짐(?)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그 농담의 나비효과로 진짜 태국여행을 떠나게 됐으니까. 농담을 빙자한 바람이 현실이 됐다. 한 달 유럽여행 다녀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여행 타령이냐 싶었지만, 자고로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갈 수 있을 때 가자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 아니면 못 갈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급작스레 여행 계획이 다시 시작됐다. 

  도서관에서 관련 여행책을 잔뜩 빌려왔고 틈만 나면 스카이스캐너를 비롯해 각종 항공사 앱에 들어가 최저가 항공권을 검색해댔다. 구글 지도를 출력해 여러 가지 루트를 손수 그려가며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애초 시작점이었던 태국 옆의 다른 나라들이 자꾸 추파를 던졌고 이왕 떠난 거 다른 곳도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발도장 찍었던 베트남과 꽃청춘 바람이 불기 전에 친구 따라 떠났던 라오스는 제쳐두더라도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한다는 앙코르와트는 계속 나를 부추겼다. 태국 밑에 붙어 있는 씨엠립이 우선 1차 목표.. 였는데 어쩌다 보니 사방팔방 발도장을 찍고 오게 됐다. 



도서관에서 보이는대로 잔뜩 빌려온 동남아시아 여행책들 :D


  그러던 중 친구 맹이 이번 겨울 미얀마 여행을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나도 사실 미얀마가 땡겼다. 아직은 크게 대중화되지 않은 매력이 궁금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항공편이며 숙박비가 비쌌다. 미얀마 치안을 우려해 패키지여행을 알아보던 맹도 만만찮은 가격에 좌절해 결국 미얀마는 접었다. 대신 우리는 베트남으로 방향을 돌렸다. 나 혼자 태국을 돌아본 뒤 1월 중순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맹과 만나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망설이던 이 여행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태국과 베트남까지 일정이 5주, 이것만으로도 이미 내 최장 여행기록인 유럽에서의 한 달을 넘어선다. 문제는 베트남 여행이 끝난 뒤였다. 맹과 함께 귀국해야 하나? 그럼 앙코르와트는? 하지만 나 혼자 5주 이상을 다닐 수 있을까? 몸이 버텨줄까? 돈은 가능할까? 등등 끝없이 이어지는 바람과 우려의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고민에 지친 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렇게 외쳤다. 에잇~ 몰라! 일단 떠나서 생각해보자! 그리고는 12월 방콕행 항공권 중 최저가였던 12월 25일 밤 출발 티웨이 편도 항공권을 결제해버렸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하는 게 정답이다. 끝을 정하지 않고 떠나는 나의 첫 번째 여행 개봉박두! :D 



씨엠립행을 결정하지 못한 채 비상금으로 환전한 30달러. 태국과 베트남 경비는 EXK카드로 해결했다


  항공권을 샀다면 일단 여행 준비의 절반은 해결된 셈이다. 허나 아직 나머지 절반이 남았다. 여행루트 짜기, 숙소 알아보기, 환전 및 현금카드 등 예산 잡기, 현지 유심 알아보기, 여행자보험 가입하기, 그리고 짐싸기다. 이 중에서 내게 제일 힘든 건 역시 짐싸기. 누구는 30분 만에 마친다는데 나는 오랜 시간 씨름하고도 떠나기 전까지 고민한다. 막상 여행에선 없어도 되는 것들이 짐 챙길 땐 왜 그렇게 꼭 필요하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고민은 깊어진다. 난 언제쯤 작은 배낭 하나 메고 여행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할까. 작고 가벼운 짐싸기는 내게 영원한 숙제다. 이번에도 그 숙제엔 실패한 탓에 여행 내내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했다. (간지 나는 배낭을 메고 떠나고 싶었지만 내 체력에 묵직한 배낭은 무리다. ㅜㅜ) 

  여행 루트는 아무리 고민해도 끝끝내 완성되지 않을 걸 알기도 하고, 어차피 이번엔 현지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닐 거라 가고 싶은 곳만 간단히 체크했다. 대신 그 여백을 보완해줄 여행책 한 권을 챙기고 현지 유심 카드를 장만했다. 숙소는 처음 며칠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그때그때 정한다. 꼭 받아야만 하는 전화가 없는 비인기인지라 비싼 로밍 대신 싼 현지 유심을 사용한다. 유심 카드는 유럽여행 때처럼 한국에서 미리 구입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현지 공항에서 구입해 바로 장착하는 게 편하다. 여행자보험은 혹시 모를 일에 대한 대비용이니 제일 가성비 좋은 싼 걸로 가입한다. 이 정도면 대략 여행 준비의 8할은 끝난다. 




동남아 여행의 필수 카드! 우리은행 EXK 카드!!


  마지막으로 여행 동안의 숙소와 음식, 교통의 등급을 좌우할, 또는 그에 따라 달라질 여행 예산 짜기. 그리고 환전하기. 환전우대 쿠폰 들고 직접 은행을 찾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인터넷 환전 앱인 써니뱅크나 위비뱅크 등의 환율이 더 좋으니 그걸 이용하면 편하다. 그렇지만 당일 환전이 안 되거나(게으른 나는 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 KEB하나은행 앱에서 공항 환전을 신청한 적도 있다;), 환전 수령이 가능한 은행 지점이 많지 않거나 지방 공항에서는 환전이 안 되는 (지방민의 비애랄까 ㅠ) 등의 문제로 그냥 예전부터 사용하던 (당일 환전과 김해공항 수령이 가능한) KEB하나은행 인터넷 환전을 주로 이용한다. 사실 환전하는 돈이 많지 않아서 수수료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장기 여행일 땐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를 예비로 챙겨가는 것도 좋다. 지난번 신한글로벌멀티체크카드가 유럽 여행의 효자였다면, 이번 EXK카드는 동남아시아 여행의 베프였다. EXK카드는 미국 중국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제현금인출카드로, 30% 자동 환율 우대와 네트워크 수수료가 면제다. 인출수수료는 금액에 따라 다른데, 없거나 있더라도 소액이라 큰 부담이 없다. 여행 중 큰돈 가지고 다니기 부담스러워하는 나 같은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인 현금카드로, 이번 여행 중 태국과 베트남에서 정말 요긴하게 잘 썼다. 

  EXK카드 발급 은행은 몇 군데 있는데, 혜택으로 따지면 단연 우리은행 EXK카드가 갑이다! 공식 명칭은 '우리 ONE 체크카드'. 브랜드는 마스터카드다. 다만 우리은행에서는 체크카드임에도 은행에서 즉시 발급이 안 되고 발급 신청 후 카드 수령까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린다. 그러니 여유를 두고 미리 발급 신청을 해야 여행 전에 받을 수 있다. (발급 수수료도 있고 혜택도 적지만 신한은행 EXK카드는 즉시 발급이 가능하다) EXK카드가 있으면 여행 중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찾을 수 있어 정말 편했다. 동남아 장기여행을 준비한다면 필수로 꼭! 꼭! 챙겨가길 추천한다. 

  그 외 또 다른 체크카드인 '썸 타는 위비 프렌즈 체크카드'는 우리은행 직원분의 추천으로 EXK카드와 함께 만들었다. 이 카드는 해외 ATM 인출 시 건당 3$의 수수료 면제 혜택이 특징이다. 브랜드는 마스터카드. 처음 계획보다 길어진 여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현금인출을 해야 했던 라오스 여행에서 정말 잘 썼다. 해외여행에서 건당 3$ 수수료 면제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EXK카드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동남아 나라를 여행할 때 예비로 챙겨가면 좋은 현금인출용 카드다. 더불어 국내용 카드 혜택도 괜찮고, 카드 디자인도 너무 귀엽다. :) 


+ 우리은행 EXK카드 - 

https://sccd.wooribank.com/ccd/Dream?withyou=CDCIF0021&__STEP=1&CD_PRD_CD=208572&CTGR_CD=C200023


+ 우리은행 썸 타는 위비 프렌즈 -

https://sccd.wooribank.com/ccd/Dream?withyou=CDCIF0023&__STEP=1&CD_PRD_CD=900007&CTGR_CD=C200008






  이렇게 대충대충 여행 준비가 끝났다. 나의 거의 모든 여행 준비는 초반에는 여행을 갈지 말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며 빈둥대다가 후반에 들어 점점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하는데, 출발 전날이 최절정이다. 이것저것 챙기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컨디션은 엉망이고 정작 해놓은 것 없이 스트레스만 최고치로 치닫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이 과정을 매번 옆에서 지켜보던 쩡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느니 앞으로는 여행을 가지 말라는, 뼈가 잔뜩 들어있는 농담을 던졌다. 게으르고 게을러 한 번도 완벽하게 준비를 끝낸 적이 없는 까닭에 나는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 가장 괴롭고 힘들다. 집을 나서는 게 귀찮고 또다시 여행을 계획한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비행기가 출발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마음가짐이 확 달라진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좀 전까지 나를 옥죄던 걱정거리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허술한 준비를 만회할 시간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대신 여행지에 도착해 짧디 짧은 영어를 장착한 채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부족한 정보는 나 홀로 여행자의 절친인 스마트폰 검색으로 보충한다(덕분에 여행만 다녀오면 시력이 팍팍 떨어진다. ㅜㅜ).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못한 것에 집착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때론 아무것도 못해도 괜찮다. 그냥 골목길을 걷고 감상에 젖어 엽서를 쓰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그 덕분에 부족하지만 충만한 여행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방콕행 편도 티켓 한 장, EXK카드, 스마트폰, 가이드북 한 권, 그리고 나의 게으르고 느긋한 귀차니즘을 챙겨 넣은 채 시작됐다. 최저가 항공 앱이나 환전 앱, 체크카드 등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이미 인터넷의 바다에 친절한 분들이 잔뜩 올려주신 까닭에 그냥 간단히 언급하는 걸로 끝낸다. 사실 이런 속도로 글을 쓰다간 대체 언제쯤 80일의 여정을 다 풀어놓을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차근차근하다 보면 끝이 보이겠지. 끝을 못 내면 또 어떠랴. 내 추억을 더듬는 시간이 괴롭기보다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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