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하나로 작곡가가 된다면

TaPick #114

by 팀어바웃

1. 최근 한 SNS에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한 사용자가 AI로 만든 음원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을 받았다며 인증 글을 올린 겁니다. "AI 음원만 잘 만들어도 예술인이 될 수 있다, 혜택이 많다"는 내용이었어요. 예술활동 증명은 매우 까다로워서, 음악 활동을 오래 한 사람도 인증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한데요. 평생 제대로 된 음악 활동을 안해 본 사람이 프로그램 사용만으로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소식에 많은 음악인들이 공분하며 임시 대응 조직을 만들어 사례 접수를 시작하기도 했는데요.


2. 많은 이들이 이 사례는 제도 사이의 빈틈을 노렸다고 하고 있어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AI가 1%라도 창작에 기여한 곡은 저작권 등록을 받지 않고 있어요. 법적 기준이 없어서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죠. 그런데 예술인복지재단은 음원 등록 캡처본과 저작권 확인서만 확인했을 뿐, AI 생성 여부는 따로 묻지 않았습니다. 한쪽은 문을 닫았는데 다른 쪽은 열려 있던 거예요. 재단은 관련 기관과 협의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AI 창작물이 이미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3. 그만큼 AI로 음악을 만드는 흐름이 널리 퍼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생성형 음악 AI 수노(Suno)를 예로 들면, 이렇게 적으면 됩니다. "눈 오는 날 이별을 맞이한 남자의 비통함을 표현한 발라드를 만들어줘." 몇 초 뒤 남성 보컬의 노래가 나옵니다. 가사도 멜로디도 편곡도 완성된 채로요. 챗GPT를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익힐 수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인류가 생성형 AI 전체에 쓴 시간이 약 480억 시간이었다는 보도가 있어요. 세상에 없던 창작 놀이터가 열린 거죠.


4. 수노는 약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기업가치가 25억 달러로 평가됩니다.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2030년 음악 분야 AI 시장 규모는 27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가장 큰 비중은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같은 추천 알고리즘이 차지하고 있고, 생성형 음악 AI는 아직 작은 규모예요. 하지만 성장세만큼은 가장 가파릅니다. 기술은 이미 달리고 있고, 제도는 뒤따라가는 중입니다.


5. 이런 상황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 없는 질문을 또 다시 하게 됩니다. 과연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도 창작 활동일까요? 카메라가 발명됐을 때도 화가들은 사진이 예술인지 논쟁했습니다. 신시사이저가 나왔을 때도 그게 진짜 음악인지 물었죠. AI는 그 논쟁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도구가 창작의 대부분을 해낸다면, 인간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현대예술'의 하나일 지도 모르겠네요.


https://www.greened.kr/news/articleView.html?idxno=337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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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TV 첼로(TV Cello),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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