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안한 주말입니다.
사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마음이 답답했거든요.
수업 준비, 공문 처리, 그리고 각종 잡무를
미리미리 해두는 성격 때문이죠.
그런데 3학년 아이들 시험이 끝나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새벽에 일어나서
수업 자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새벽까지 일하다가 4시간씩만 자고
출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제가 이제 남은 2달을
아예 수업도 안 하고 탱자탱자 논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제는 제가 하고 싶었던 수업을
해볼 작정인데요. 틀에 맞춘 수업이
아니다 보니 마음이 편하다, 뭐 그런 뜻입니다.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은
영상 제작입니다. 요 녀석들 1학년 때
12월에 영상 제작 수행평가를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어요.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고
우리끼리 영상제 하고
여우주연, 남우주연, 여우조연, 남우조연상
이런 거 뽑으면서 놀았던 게 좋은 추억이었어요.
이제 2달 후면 졸업이니
졸업 전에 B급 웃긴 동영상 만들어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당장 특성화고등학교 입학설명회만
끝이 나면 저는 이제부터 모둠을 편성하고
계획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쓰게 할 예정입니다.
애들은 던져주면, 생각보다 엄청 잘합니다.
선생님들의 걱정만 내려놓으면 만사 OK!
그리고 그다음에 하고 싶은 수업은
소설 쓰기입니다. <달빛 아래 세자 저하>처럼
한 장의 사진에서 이야기를 꺼내어
소설을 쓰게 하고 싶어서
사진에 현이랑 윤이에게 허락은 받았어요.
두 녀석다 쏘 쿨--- 해서 뭐
"상관없어요."라고 하긴 했죠.
그런데 문제는 애들이 그걸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이것은 조금 고민이 되네요.
마지막은 교내 한 바퀴,라는 수업인데요.
(이름은 제가 그냥 지금 만들었어요 ㅋㅋ)
한 시간 정도 교내를 돌면서 사진을 좀 찍게 하고 싶네요.
뭐 정해진 건 없고요.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그걸 패들렛에 올린 후에
교실에서 간단히 발표하는 수업? 그런 걸
지금 생각해 봤어요.
마음 같아서는 글로 쓰게 하고 싶지만
글 쓰라고 하면 아이들이 울렁증을 보이기 때문에
일단은 발표로 바꾸어 봅니다.
그 외에도 많아요.
일단은 '남기는 것'이 포인트이긴 합니다.
졸업이 다가올 테니
졸업 전에 잊지 못할 추억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어도 좋겠죠.
많이 많이 사랑하고 아낀 제자들이니까요.
일단, 이 편안한 마음 즐기고
수업 생각은 수요일부터 하겠습니다!
다들, 저녁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