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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by 안녕

그저 비워내기만 했다.



더하지 않았고

채우지 않았다.



더러는 말없이

하늘 위를 떠도는

구름을 가만히

좇다가



더러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영상을 찾아

알고리즘의 물결에

휩쓸리기도 했다.



어깨의 통증이

가라앉자

조금씩 명료하게

느껴지는

삶의 흔적 속에서



나는 그저

가만히, 흘러가는

시간을

두고 볼 뿐이었다.



평소였다면

분 단위로 쪼개

살았을 하루를



텅, 비우고

훅, 버리며

보내니



도리어

무언가

차오르는 듯했다.



넘칠 듯 찰랑 거리는

물 잔의 그것처럼

가득 채워진

무언가는



마음 안에서

제멋대로

소용돌이쳤다.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힘에 부칠 때 즈음

한 번씩 돌아봐 주니

어느새,

사그라들곤 했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생각이 떠올랐다.



쓰지 않으니

더욱 쓰고 싶어졌다.



그럴 때면

멈춰

눈을 감고

가만히 서있었다.



읽고

생각하고

보고

생각하기.



이틀 동안

해낸 것의

전부다.







얼룩진 마음에

물 한 방울 떨어 뜨리면

서서히 옅어지듯

겨울 햇살

연하게 마당에 퍼지듯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제 속도로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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