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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투혼

by 안녕

자다 일어났다.


꼬박 40분을 자고 일어나

세탁기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빨래를 널고

홍차를 우려내

책상에 앉으니

조금씩 정신이 돌아온다.


아이를 재우면서

같이 잠들었다

일어나 일을 하는 삶이

벌써 2년 째다.


적응의 동물인 인간.

그게 나라서

고된 삶에 익숙해진 몸은

쉼을 모르고 노트북 앞에

앉아 일거리를 정리하고 있다.


에라이 그냥 자버릴까,


쉬고 싶어,

자고 싶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나는 왜 이렇게 쉴 새가 없을까,

그거 다 내가 벌인 일 아닌가,

도대체 쉬는 법을 모르냐?

하다가.


그래도 남의 돈 받아먹으려면,

남들보다 조금은 다른 삶 살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반짝이려면


잠도 좀 줄이고

즐거움 좀 아끼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진다.


문득, 주말을 즐기고 있을

아무개의 삶을 부러워하다가

다시 눈앞의 현실을 깨닫곤

달력에 그만


[12월 1일 (월) - 발표 원고 마감]이라고

적고 말았다.


소용돌이치는 마음은

가라앉을 줄을 모르는데

아주 오랜 경험 상

그럴 땐 감정에 빠져 있는 시간에

차라리 일 하나라도 더 하는 게

나를 위해 좋으니,

생각은 그만하고

이제부터 발표 자료를 만드려고 한다.


어젯밤부터 지끈거리는 두통을

버티고 버티다

신촌까지 가서도

깨질 듯이 아파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

잠들고야 말 정도로 머리가 아파 먹은

세모난 약 한 알이 만들어낸,

이 쥐어짜 낸 힘으로,


남은 1시간 하고도 20분은

일을 해보련다.


지금은

소용돌이에서

잠깐 벗어나기로.


일단, 해야 하는 것들을

해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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