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여유로운 아침, 주말입니다.
어제까지
시리게 춥던 날씨가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푹, 합니다.
한결 누그러진 공기에
집 안의 모든 창문을
열고는
잠시, 숨을 고르는 중입니다.
오늘은 ,
오랜만에 집을 치웁니다.
거의 2~3주 동안
주말마다 나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제대로 집을 치우지 못했어요.
(평일에 치우면 되지만 저는
참, 청소와 정리를 못합니다....)
마음을 먹고
정리해보려고 해요.
생각해 보면
언젠가 쓰겠지 하며 남겨둔 물건들 중에서
정말 '언젠가'가 되어 쓴 물건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때가 되면 새로이 사고 싶거나
필요 없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보면 무언가를 쌓아두는 마음은
막연한 불안함,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하여간 저는
적어도 2시간 정도는 충분히
모든 것을 솎아낼 생각이에요.
자잘한 종이,
읽으려고 모아둔 책 등을
정리할 거고요.
아이들이 준 편지는 상자를 하나
구매해서 넣어 둘 작정입니다.
반짝이는 햇살이
가만히 안방에 제 영역을
넓혀가는 지금,
저는 본격적인 청소에 앞서서
다짐을 하고자 글을 씁니다.
묵은 짐 버리듯
묵은 마음 털어 내서
남은 시간 잘 보내고 싶어요.
삶은 때로,
채울 때보다 비울 때
더 풍요로워지더라고요.
오래 묵은 관계를 끊을 때,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을 하지 않을 때,
그리고 언젠가를 대비했던 모든 것들 버릴 때
모든 곳에 공간이 생기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생겨납니다.
저는 그것을 비움이 아니라
채움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들이기 위한
비움.
그러니 오늘만큼은
가만히 사부작사부작,
그렇게 집안 곳곳을 누비며
살아볼게요.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추신: 방학을 하기 전까지.
그러니까 제이를 비롯한 지금 가르치는 3학년 아이들이
졸업하는 날까지는 깊은 생각을 해야 하는, 긴 호흡의 글은
못 쓸 것 같아요. 마음도 몸도 무척 바빠질 것 같아서요.
녀석들을 온전히 떠나보내고 나서
잘 추스르고 그때부터 <퇴근 전 30분>, <아이들> 등
여러 가지 글들을 이어서 써 볼게요.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