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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 Jan 02. 2017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모든 사람들이 군대를 다녀오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쉽게도 내 몸이 그 정도까지 나빴던 건 아니었는지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이 왔고 다행히(?) 4급 판정을 받아서 3번째 회사인 (주)우아한형제들에서 병역특례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월 현재까지 약 15개월쯤 일을 하고 있으며 아마 여기서 무사히 병역특례를 끝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병역특례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1~2년 정도 더 한국에서 일하고 이민을 갈 예정이므로 앞으로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무언가 하는 기간도 그렇게 오래 남지는 않은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난 2015년 6월에 이민을 가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 여자 친구랑 잘 만나고 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강의도 잘 하고 있다. 하나의 길이 있을 때 다양한 방향으로 가보는 것도 좋으리란 생각이 들지만 아쉽게도 나는 정말 이민을 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군 문제다.


나는 자대 배치를 받아서 정말 21개월 혹은 24개월간 군대에 있다 온 사람을 존경하고 싶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나였다면 그런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 긴 시간 동안 거기서 버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어찌 되었건 병역특례이기 때문에 26개월간 특정 회사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병역을 대신하고 있고 이 사실 자체는 국가에서 인가한 사실이기 때문에 내가 병역특례로 인해 일반 국민이 누려야 하는 일부를 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유를 제약하는 부분이 배치된 군인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문제에서 내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아픔은 현역으로 다녀온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병역특례로써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어차피 그건 편한 거다"다. 늘 느끼지만 어렵다는 가치는 상대적인 단위이며 절대적으로 편하다, 절대적으로 어렵다는 말 자체는 굉장히 모호한 표현이며 사실상 가치가 없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내 생각으로 당연히 반대하는 의견도 있겠지만 내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주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나는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이민을 가려고 한다. 특정 인물이 나빠서가 아니다, 이 사회 전체의 꽤 많은 남성들이 군대를 다녀온 건에 대해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아마 그건 앞으로 군대라는 조직이 대대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에 가까운 채로 계속 머물거라 생각한다. 특히 "여성이 군대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로 시작하는 모든 말들이 여기서 시작하는 근본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나는 꽤나 정신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근본적인 문제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고 이민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더 근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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