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가 은퇴를 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습니다. 프로팀의 코칭 스태프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도 있고, 해설자 등 다른 분야에 도전해 볼 수도 있지만 워낙 자원이 한정적입니다. 사실상 선수들이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e스포츠 역사가 20년이 넘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생활은 불안정합니다. 매번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삶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바뀐 것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시우 탈론 레인보우식스: 시즈팀 감독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1세대 프로게이머입니다. 그는 은퇴 후 PC방 전문지, 게임 전문 언론, e스포츠 전문 언론을 거쳐 젠지e스포츠 오버워치 컨텐더스팀 감독 등 다양한 경험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고등학교에서 직업 체험 강의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컨설팅도 시작했습니다.
프로게이머 은퇴 후 그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을 선수들 또는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그의 행보가 은퇴를 고민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사실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누군가가 길잡이 역할을 잘 해준다면 가는 길이 조금 더 쉬워지겠죠. 하지만 학부모들은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받아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이시우 감독은 주변에서 이런 사례들을 자주 봤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경험과 기자, 감독으로서의 경험들이 모두 합쳐진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그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있지만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지 몰라 답답해하던 학생과 부모님을 상담해드린 적이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또, 코치를 하고 싶어하던 한 은퇴 선수는 제가 알려준 방법대로 해서 현직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죠. 그 이후로 제가 하려는 일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더 많은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 것은 아니지만 이 감독은 블로그나 SNS 등에 체계적인 유료 상담 및 컨설팅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한 경험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중고등학교에서는 직업 선택의 전문성 부여를 위해 '직업인 특강'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감독은 몇개의 학교에서 강의를 맡으며 생각보다 e스포츠를 모르는 아이들도 많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꿈꾸면서도 이 분야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진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막연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강의 기회가 생기면 주저 없이 가서 이야기를 하곤 해요. 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e스포츠 지도자,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도 땄어요. e스포츠를 대중화시키고 더 많은 학생들이 프로게이머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본업을 소홀히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감독이 이끄는 탈론 레인보우식스: 시즈팀은 얼마 전 열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을 좀더 잘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죠.
"선수들의 평소 생활 습관부터 시작해 경기에 임하는 마음 가짐, 태도 등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어요. 사실 선수들의 실력은 아주 많이 다르지 않거든요. 그런 사소한 부분의 작은 차이가 팀워크를 만들고,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것 같아요. 제가 선수들을 대하는 철학이기도 하고요."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한 그가 가장 힘들었다고 느끼는 직업은 무엇일까요. 그는 주저 없이 e스포츠 전문 기자였을 때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즐거웠을 때 역시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지만, 가장 보람된 일이었던 셈이죠.
"일단 물리적으로 힘들었어요. 리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게 되면 밤 늦게 끝나고 새벽에 기사를 올리고, 아침에도 일어나서 기사를 써야 하고. 철인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케줄이었어요. 게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모든 기사를 쓸 수 없기도 하고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장 보람된 일도 기자였던 것 같아요. 내 손으로 무언가를 바꿨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불합리한 일을 찾아, 이를 취재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그런 힘듦도 잊게 만들었던 거죠."
프로게이머 은퇴 후 선택했던 기자라는 직업이, 그에게는 시야를 넓혀주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는 그가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e스포츠 기자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최근에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에게도 제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e스포츠에서 일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는 일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그래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탈론 레인보우 식스 감독으로서 그가 단기간으로 잡은 목표는 바로 우승입니다. 당장은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는 자신을 선택해준 탈론을 꼭 우승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팀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 꼭 보고 싶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 누구를 도울 수 있겠어요. 지난 시즌은 준우승을 했으니 이번 시즌에는 우승해야죠. 탈론은 정말 유쾌하면서도 행복한 팀이에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 행복 에너지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장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이시우 감독은 누구보다 e스포츠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꿈꾸는 미래 역시 e스포츠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는데, 모두가 e스포츠라는 숲을 바라볼 때 저는 각각의 나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아요.
말로만 하는 인재육성, 후진양성이 아니라 실천에 앞장서겠습니다. 훗날 제 도움을 받아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고 e스포츠 관련 직종 취업에 성공했다는 사람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는 감독부터 시작해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 이외에도 더 많은 일들을 e스포츠 안에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독이나 교육 외에도 e스포츠 업계에서 하고 싶은 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누구나 'e스포츠'하면 저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탈론 레인보우 식스팀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