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or 유사금융...'디파이'의 향방은?

by 테크M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이른바 디파이(De-Fi)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에 등장한 지 3년이 지났다. 이젠 한국형 디파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개념은 어렵다. 유사금융인가, 아니면 또하나의 혁신인가. 테크M이 디파이에 얽힌 스토리를 풀어봤다.


이름도 어려운 디파이...기존 금융시장 틀을 흔들다


디파이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탈중앙화 금융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금융회사를 끼지 않고 결제, 송금, 예금, 대출, 투자 등 모든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 분산원장의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시장에 옮겨온 것이다.


예컨대 코인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내주거나, 코인을 예치하면 파격적 이자를 주는 디파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핵심은 중앙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서비스는 대부분 증권사나 은행 등 중개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디파이는 모든 참여자가 금융기관 없이도 시스템과 알고리듬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 글로벌 디파이 시장의 예치금액은 약 420억달러로 추산된다. 1년전과 비교해 무려 70배 늘어난 것.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 시장이 덩달아 커진 것이다. 대출이 전체 서비스의 약 50%에 달하며, 탈중앙화 거래소도 40%에 이른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참여하는 모든 개인이 재산을 보관하고 거래 규칙을 시행, 거래를 실행하는 시스템으로 스시스왑(SushiSwap)과 유니스왑(Uniswap)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속속 토종 디파이 육성을 기치로 델리오와 돈키 등이 출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체인파트너스가 IT전문회사 멋쟁이사자처럼과 공동 개발한 돈키의 경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예치액이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88703_95263_750.jpg 그래픽=픽사베이

코인투자자가 '디파이'를 즐기는 이유...돈이 되니까!


디파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면 이를 예치해 일종의 수수료를 받는다. 만약 빚을 갚지 않으면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이 청산돼 빚이 탕감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대부분 유동성에 힘입어 급격히 가격을 끌어올렸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무리한 레버리지로 위험한 상품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아직까지 디파이 투자자는 웃고 있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디파이는 모든 거래 과정이 사용자의 가상자산 지갑 사이에서 개인간(P2P) 이뤄진다. 덕분에 약정기간이 없고, 본인 인증 과정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의 접근이 용이하며 블록체인에 분산, 보관돼 있는 개인정보의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면 곧바로 오는 대출 상담 전화를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상자산 종류마다 거래량 및 유통량에 따라 시세 변동이 심한 만큼, 이를 활용한 대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 간 금리차를 활용한 투자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세금도 별도로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디파이가 무조건 돈을 벌어다주는 것은 아니다. 거래과정에서의 보완점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실제 디파이는 블록체인 기술에 의존해서 작동되므로 거래가 많아질수록 블록체인의 거래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또한 탈중앙화 시스템에 따라 개방형 블록체인에서는 보안 및 운영과 관련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 잦은 해킹 사건도 주의해야할 대목이다. 디파이는 중개자 없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개인 지갑이 필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차례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88703_95264_829.jpg 사진=돈키


지금의 디파이가 걱정스러운 이유


아직까지는 일부 개발자들과 극소수의 가상자산 투자자만이 디파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곧 탐험가인 동시에 시장의 선구자들이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시세가 올들어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대중들도 속속 디파이의 돈 맛을 즐기고 있다. 최근 등장한 돈키가 대표적인 사례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참여했던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와 '스타 개발자'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가 손을 맞잡고 내놓은 돈키는 두 사람의 인지도 덕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돈키는 영어 기반으로 어려운 과정을 요구하던 해외 디파이와 달리 국내 투자자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에서 기존 가상자산 현물투자자들도 빠르게 디파이에 발을 내딛고 있다.


그런데 규제 없이 성장한 국내 디파이 시장은 언제든 규제 칼날에 살을 베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디파이는 책임을 지고 보증해주는 법적장치가 없다. 이제 겨우 가상자산 거래소의 '허가권'을 발급해준 상황에서 규제가 기술 성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특금법 도입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일부 사업자로 재편됐다. 추가적인 거래 사업자 및 서비스가 주목을 받을 경우, 당장은 이를 허용할 가능성아 극히 낮다는게 전통 금융권의 시각이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최근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대출 상품을 출시하지 말라" 경고한 바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현 정부는 금융시장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라이선스가 없는 사업자가 금융서비스를 중개할 경우, 이를 엄단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으며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도 눌러 앉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 역시 "가상자산을 금융업의 일환으로 수용한다해도 여의도 기득권이 아닌 사업자에 당장 운영권을 줄리 만무하다"면서 "선도적 기업의 출현은 반가운 일이지만 대출 등 민감한 영역이 활성화될 경우, 이 역시 규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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