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선

시&노트

by 여상

[ 시선(視線) ]


나이가 들었으니

남의 집 뒤안은 들여다볼 줄

알아야겠지


높고 견고한 철대문 넘어

나뭇잎 흐트러진 쓸쓸한 마당

보이고 싶지 않은 외로움이

누워있는 뒤꼍도

넘어다 볼 줄 알아야겠지


홀로 나와 앉아

물끄러미 담장을 향한

초점 없는 너의 눈길을

단단히 여민 웃옷자락 안으로

헛헛하게 부는 바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두껍게 겹쳐 바른 화장 안에

울고 있는 너의 얼굴에게


말없이 다가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살내음 남겨진

목도리 벗어

건네줄 수 있어야겠지


슬픔 가득한 눈길이

내 심장에 닿으면

말없이 널 안아줄 수

있어야겠지




늦가을.jpg


note


고독하고 헛헛할 때가 있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은 누구에게 쉬이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알리고, 나누고 싶은 것도 아니다.
어떤 것들은 설명할 수 조차 없이 막막하기도 하다.


그럴 때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따뜻한 차 한 잔 내어, 넌지시 건네주면 어떨까?


말없이 지켜보아만 주어도,

종이 한 장 정도의 무게만이라도

덜어내 줄 수 있다면...


keyword
이전 10화사랑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