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트
[다른 듯 같은 것]
오른손과 왼손은 거울에 비친
다른 듯 같은 것
남의 가슴 가로지르지 않고도
넌지시 건넬 수 있는
잔잔한 개울
살포시 밟고 건너는 징검다리 돌
혼자 있을 때는
두 손 포개어
감춰줄 수 있는 것
마음이 아플 때
다독다독 저 홀로 달래며
꽃잎 덮어주는 조용한 위로
심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두 손바닥 만나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위해
기도하는
앞뜰 가득히 아낌없는 햇살
오른손과 왼손은
산책하는 것
억세게 쥐는 악수 말고
말랑한 네 손 잡아
나란히 걷자 하는
하얀 구름 노니는
한가로운 내 마음
나의 왼손 널 따르고
네 오른손 길섶 억새풀 어루만지며
나뭇잎 물들이는 노을
둥지 찾아 날아가는 새들따라
산책길 걸어 함께
돌아오자 하는 것
note
가끔은 마주 보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찻잔을 들고 나란히 앉는 것이 좋다.
나란히 걷는 것도 좋겠다.
걷다가 살며시 손을 잡으면 마음이 녹고,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웃음이 저절로 나올 테지.
손을 잡고 걸으면 계절이 익고, 노을빛에 사람이 절로 익는다.
#산책, #걷기, #동행
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