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미래는 없다

Design Systems with Figma: Seoul에 다녀와서

by TEO
Design Systems with Figma: 서울
월요일, 2026년 2월 23일. 오후 4시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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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프로덕트를 만드는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만큼 디자인 시스템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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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에서 열린 Design Systems with Figma 행사에 다녀왔다.

Design System이 피그마의 정체성이자 철학, 그리고 생존법이라는 것을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keynote.png Chase Wilson, Director & Developer Marketing (Figma)


키노트: Design system for All

키노트는 3줄의 슬라이드 한 장으로 요약된다.


Nimble by design — "일을 더 간단하게, 더 쉬운 디자인 시스템"

설계 자체가 민첩하도록 주요 기능이 업데이트됩니다.

변수 확장, 슬롯, 디자인 체크


Codebase context — "디자인 시스템이 코드 맥락에 연결된다."

디자인 파일 안에서 코드가 연결되도록, 디자인과 코드 사이의 번역 과정을 없애겠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에게도 연결됩니다.

Code Connect, MCP 서버


Built for the whole team — "디자인 시스템은 전체 팀을 위해 만들어졌다."

개발자, PM, QA, 마케터까지

Dev Mode, Slides, Buzz





Figma 두 가지 업데이트

실무 디자이너들을 위한 주요 기능을 데모와 함께 설명해 주었다.



➊ Slot: 디자인 시스템의 활용도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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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스 중간에 삽입할 수 있는 기능


인스턴스의 내부 콘텐츠를 갈아 끼우기 위해서는 소위 말해서 컴포넌트를 깨거나 내부에 들어가는 콘텐츠도 배리언트를 정의해서 nested 했었는데, detach 하지 않고도 내부를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다.

모든 디자이너들이 고통받았던 것인데... 이걸 이제야 해주다니 기쁘면서도 박수치는게 맞나 싶었다



➋ Check design: 디자인 시스템의 공백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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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 폰트, 간격 등 원시값을 변수로 바꿔주는 기능


말 그대로 디자인을 확인하는 "린터 linter" 혹은 "발리데이터 validator"인데, 개발자에게 공유하기 전에 디자인 파일 안의 원시값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정의된 Variable로 교체를 추천해 줌. 머신러닝 기반이라 조직 단위로 학습하고 더 정교해지는 것이 특징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필드에서 디자인 시스템이 어떻게 정의되고, 어떤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실무 디자이너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hyundai.png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앱 운영 디자인 플랫폼


3개의 브랜드, 글로벌 앱

Single Source of Truth

현대자동차 규모에 비해 모바일 디자이너가 5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걸 5명이 한다고? 어디든 다 똑같구나 싶어서 위로와 씁쓸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디자인 시스템뿐 아니라 플러그인 개발, MCP 연결까지 프로세스 자체를 뜯어고치는 접근을 보면서, 이 규모를 감당하게 만드는 건 사람의 수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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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otone2.png 듀오톤 특별강연: One for Everything


"아무리 잘 만든 시스템이라도,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규모 조직을 위한 하나의 디자인 시스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스템이 견고할수록 현장은 우회한다.

듀오톤에서는 디자인 시스템이 진짜 가치 있게 되도록, 법과 규제에서 네거티브/포지티브라는 규칙을 가져왔다. 큰 조직을 통제하는 방식을 디자인 밖인 사회적 규약에서 가져온 것이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이 발상 자체가 흥미로웠고, 뒤에서 계속 머릿속에 남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Negative 방식 — 반드시 지켜야 할 것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자유
Positive 방식 — 허용할 것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금지







굴러가면 그만이다

나는 새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형편없이 무질서한 상태를 많이 만났다. 프로젝트의 업력과 규모와는 별개로,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체계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무질서함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나의 가치를 체감했다. 내가 이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디자이너로서 존재 가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그런 무질서 속에서도 프로젝트는 돌아간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굴러가면 그만이다. 매출이 나고, 서비스는 운영되고, 사용자는 쓴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이익 실현이다. 디자이너가 분노하는 그 혼란 속에서도, 문제는 돈은 벌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혐오하는 레거시는 누군가에게는 편안함이다. 우리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린, 디자인 시스템은 그 높은 분들에게는 불필요한 비싼 비용일 뿐이다.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6개월을 쓰고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그냥 어지러운 채로 빠르게 출시하는 것보다 정말로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내는가.


우리는 "당연히 그렇다"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걸 숫자로 증명하라고 하면, 결과론적이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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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피그마, 그리고 위기

피그마가 상장했을 때 주가가 20만원까지 치솟았다. 나는 그때 주식을 샀다. 팬심으로 굿즈처럼, 하루하루 이 툴 덕분에 숨 쉴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 어도비라는 골리앗에 맞서 승리한 다윗을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주가는 3만8천원 언저리다.


피그마가 못해서가 아니다. 피그마가 서 있는 땅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그마는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가 명확히 나뉜 세계를 전제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 사이의 협업 고통을 줄여주는 것.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간의 마찰을 줄여주는 것. 우리가 피그마를 순수하게 사랑해 온 이유다.


문제는 이 마찰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자가 디자이너 없이 제품을 만들어낸다.
기획자가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서 공유한다.

"디자인 파일을 넘긴다"는 행위 자체의 가치가 줄어들고 있는 세상에서, 피그마가 시장에서 가지는 임팩트는 우리 디자이너가 응원하는 것보다 작을 수 있다.


피그마도 이걸 안다. Dev Mode로 개발자를 끌어오고, Slides로 마케터와 PM을 품고, MCP 서버로 AI 에이전트와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디자이너 중심의 툴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플랫폼으로, 협업 툴에서 사고 체계 자체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오늘 행사를 관통하는 내용이다.


대담 세션에서 듀오톤 대표님이 한 말이 가장 무겁게 느껴졌다.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자가 피그마의 가치를 깨닫게 할 만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


아무리 실무자가 편하고 업무가 개선된다고 외쳐도, 상위에게는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협업이 개선됩니다"라는 말은 실무자를 없애버리는 이 시장 상황에서 점점 힘을 잃고 있다.

AI는 그들이 원하는 말을 갖고 있다. 현실은 끔찍하게도 정치적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통합된다' — 피그마가 그리는 미래는 설득력 있다. 하지만 그 미래의 중심에 피그마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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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할 수 없는 것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에 타자원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타자기로 문서를 작성하는 전문직이었다. PC가 보급되면서 누구나 직접 타이핑을 하게 됐고, 타이핑이라는 행위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걸 전문으로 하는 직업은 사라졌다. 이처럼 디자인이라는 행위는 어디에나 있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없는 순간이 올까.


AI는 실시간으로 요청에 따라 UI를 만들어낸다. 유저의 니즈에 따라 UI는 동적으로 변화한다. 그렇게 웹은 흘러가는 공간이 되어버렸고, 디자인의 주인은 없어졌다. 더 이상 낱개의 버튼과 규칙들, CSS 코드 한 줄 한 줄이 이전의 무게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MD 파일 하나가 디자이너를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실무를 하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난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이제 디자인에 참여하고, 본 적도 없는 UI들이 생겨난다. AI가 실무에 침투하면서 서로 더 침범하고, 이런 현상은 매주 가속화되는 것을 체감할 정도다.


이전의 디자이너는 하나하나를 그려왔다. 버튼을 그리고, 화면을 그리고, 인터랙션을 그렸다. 그 행위가 수작업이 되었다.

현재의 디자이너는 규칙을 만들어냈다. 컴포넌트를 정의하고, 시스템을 설계하고, 토큰을 관리한다. 이제 이 행위마저도 비싸고 느린 수작업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할까.

듀오톤의 positive/negative 가이드 개념을 들으면서 힌트를 얻었다. 페이지나 컴포넌트 단위로 정의하던 시대가 가고, 원칙과 경계를 선언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작동하게 하는 것. 미래의 디자이너는 세부적인 실행이 아니라 연출, 경험, 몰입, 감각 자체를 설계하고 디렉팅 하는 일을 하는 사람. '왜'에 대한 답변하는 사람이 될 것이지 결코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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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회사에서 벗어났다는 점, 내일의 야근이 사라지는 것을 발표로 들으니 피그마가 좋았고, 이 행사가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은 무거웠다. 디자이너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정해진 미래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고,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가 더 이상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않을 수도 있고.





참고

행사 정보 Design Systems with Figma: 서울
주요 업데이트 정보 Schema 2025: Design systems for a new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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