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이었어요.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미대 대학원 진학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현대미술
이론에 관심이 깊었고,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그 안에
담긴 개념과 맥락을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지고
있었거든요.
실기 실력도 물론 중요
하지만, 이론적 토대를 더
단단하게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진학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건 막막함이었습니다.
학업계획서를 어떻게 구성
해야 하는지, 면접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주변에 미대 대학원을 먼저
경험한 지인도 없었고,
혼자 인터넷을 뒤져봐도
체계적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전문 컨설팅을
받기로 마음먹었어요.
저에게 미대 대학원 진학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 건 학부 졸업전시
였어요.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완성도 이상의
무언가를 탐구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특히 여성 작가들이 공간을
어떻게 전유하고 재해석
하는지에 대한 주제가 제
작업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어요.
학부 수준에서는 더 이상
파고들기 어렵다는 한계를
분명히 실감했고, 체계적인
연구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다양한 교수님들과 동료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어요.
그 모든 이유가 쌓여서 저는
망설임 없이 지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컨설팅을 시작하고 처음
제출한 초안에 대해 받은
피드백은 꽤 충격적이었어요.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 지원자가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자존심도 조금
상했지만, 돌아보면 정확한
지적이었어요.
컨설턴트 선생님께서는 제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살펴
보신 뒤, 그동안 제작한
작품들과 제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서술 방식을 함께
고민해주셨습니다.
페미니즘 미술과 공간 이론의
교차점이라는 구체적인 연구
방향을 설정하게 된 것도 그
과정에서였어요.
"공간에 대해 연구하겠다"는
막연한 문장 대신, 어떤
전시를 보고 어떤 질문을
품게 되었는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미대 대학원의 커리큘럼도
직접 분석하면서 어떤 수업이
제 연구 심화에 도움이 될지
계획서에 담았어요.
선행 연구자들의 논문을 찾아
읽고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을 명확히 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수정을 거듭할수록 계획서가
점점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고,
최종본을 완성했을 때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뿌듯함
이었어요.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나니
이번엔 면접에 대한 부담이
몰려왔습니다.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실전과 똑같은 환경에서 모의
면접 연습을 진행했어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실제로 말로 표현
하는 연습을 반복했는데,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방식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답변을 듣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셨는데,
논리적 흐름뿐 아니라 말투나
시선 처리, 불필요한 추임새
까지 세세하게 짚어주셨어요.
미대 대학원 면접에서는 기본
적인 지원동기 외에도 최근에
인상 깊게 본 전시,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같은 전문적인
질문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핵심
이라는 말이 연습하는 내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어요.
실제 면접 당일, 교수님들
앞에 앉았을 때 긴장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충분히 연습해둔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제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질문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는데,
계획서를 쓰면서 작품 하나
하나의 개념을 미리 정리해
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한 교수님께서 제가 언급한
선행 연구자에 대해 깊이
물어보셨는데, 컨설팅 과정
에서 충분히 공부해뒀던 내용
이라 막힘없이 답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실을 나오면서 후회보다는
홀가분함을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고,
지금은 제가 원하던 연구를
시작하며 미대 대학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혼자 부딪히기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로 한
결정이 정말 현명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학업계획서를 쓰면서 제
연구 방향을 스스로 명확하게
정리하게 된 경험은, 지금
대학원 생활을 하는 데도
탄탄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준비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지금의 자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앞으로도 설정해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