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마지막 출근길.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로또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사무실 사람들한테 하나씩 나눠드릴 계획이었다. 편의점 사장님이 로또는 10시 넘어서부터 판다고 하셨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뒤에서
“야.”
“야.”
“야. 일루 와 봐.”
"네? 왜, 왜요?"
나는 우물거리며 한 발씩 물러섰다.
”일루와. 할아버지가 스피또 하나 사줄게.“
스피또는 10시 전에도 팔았다. 할아버지는 유희왕 카드 뽑는 초등학생처럼 신중하게 스피또 2개를 골랐다. 바로 긁지 말고, 잠들 적에 몸이 완전히 편안해지면 그때 긁으라고 하셨다.
일을 마치고 사무실 사람들과 회식하러 식당에 갔다. 오마카세는 처음이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변호사님은 꽤 수줍어 보였고, 직원 분들은 다음 주에도 볼 것처럼 환히 웃었다.
변호사님과 사건이랑 관련 없는 얘기를 나누고, H쌤이 업계 돌어가는 사정을 알려주고, 둘이 밥 먹게 되더라도 L씨가 날 덜 어색해 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를 내가 태연히 받기 시작한 게 어제쯤이었다.
10시 좀 넘어서 헤어졌다. 탄천을 조금 걷다가 19번 버스를 탔다. 맨 뒤에 앉아 자켓 안을 뒤적거렸다. 연락처를 물어볼 걸 그랬나. 사진 하나 정돈 괜찮았을 텐데. 연락처는 안 묻길 잘했고, 사진은 한 번 말이라도 꺼내볼 걸 싶었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치겠지. 그러나 그런 일은 바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나도 잘 안다.
자켓 안에서 스피또가 잡혔다. 2000원 짜리 하나와 500원 짜리 하나. 만지작거리다 보니 집에 도착했다. 얼른 정장을 벗고 널부러져 누웠다. 곧 있으면 잠들 적 몸이 편안해질 때다.
침대 위 자켓을 들췄다. 행운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켓을 옷장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