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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 Jun 14. 2024

삼체 IP 가치의 변천사

1900만원->230억원->3800억원->??


1. 올해 드라마 '삼체'가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삼체라는 IP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삼체는 애니메이션, 웹툰, 중국 내 드라마로도 방영되며 다양한 IP 개발이 이루어졌고, 중국의 셀럽들뿐 아니라 오바마 등도 삼체의 팬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IP의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삼체 IP의 가치는 얼마이며 류츠신 작가는 얼마를 벌었을까요?


2. 삼체의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 류츠신의 소설 '삼체'가 발표되었을 당시, 작가의 원고료는 천 글자당 150위안에 불과했고, 류츠신 본인조차 재직 중이 아니었다면 생계 유지가 힘들었을 것이며 2차 개발은 꿈도 못 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2010년 어느 날, 중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장판판 부부가 삼체의 2차 저작권 전체를 10만 위안(일부에서는 10-30만 위안으로 추정)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당시 중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삼체가 개발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류츠신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3. 단돈(?) 10만 위안에 삼체 2차 권리 전부를 얻은 장판판 부부는 삼체를 진심으로 아끼고 예술혼을 불태워 영화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투자를 구하기 위해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하나는 제작사가 2억 위안을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직접 영화를 찍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삼체 IP는 이미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은 상태였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장판판 감독의 역량을 의심하여 두 번째 조건에서 투자를 주저했습니다.


4. 그러던 중 장판판 감독은 유주게임스의 린치 회장을 만나게 됩니다. 린치 회장은 삼체를 통해 유주가 제2의 마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결심했습니다. 2015년, 유주게임스는 2억 위안을 들여 장판판 감독의 삼체 영화 제작을 지원했습니다.


5. 그러나 완성된 영화는 결국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삼체의 골수 팬이었던 중국의 고위 인사가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아 상영을 막았다는 설과 유주게임스 내부에서 영화의 퀄리티 문제로 상영을 막았다는 설이 있습니다.


6. 이 일을 계기로 장판판 감독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삼체의 모든 권리를 유주게임스에 넘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유주게임스는 1.2억 위안을 지불하고 삼체의 모든 2차 개발권을 획득했으며, 류츠신 작가에게도 5%의 지분을 제공했습니다. 이로써 삼체 IP의 가치는 단숨에 1.2억 위안으로 상승했습니다.


7. 그 후 유주게임스는 삼체유니버스를 설립하여 애니메이션, 웹툰, 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로 삼체 IP를 개발해 나갔습니다. 안타깝게도 린치 회장은 이 과정에서 부하 직원에게 독살당하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현재 삼체 IP의 가치는 약 20억 위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는 머지않아 200억, 2000억 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8. 삼체 IP 가치의 변천사를 보면 물론 압도적인 스토리 자체가 제일 중요했겠지만, 그 다음으로 다양한 참여자와 풍부한 자본이 그 가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조석 작가의 인기 웹툰 '독행월구'가 중국에서 영화화되어 60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는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 IP가 중국 현지의 것이었다면 훨씬 더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IP 가치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9. 한중 간 IP 사업 및 교류가 다시 활발해진다는 전제하에서 중국의 IP 사업화 방식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숏폼 영상을 제작하겠다며 국내 업체에 IP 판권료로 500만원, 1000만원을 제시할 때 "어찌 내 S급 IP에 그런 제안을!"이라는 태도보다는 그들의 그런 숫자에 어떤 계산이 깔려있는지, 만약 내가 판권을 계약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혹은 윈윈 전략은 없는지 등을 고민하는 것이 중국과의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내 IP의 가치를 높이는 길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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