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0일차.
나와 아내는 갑작스럽게 튀니지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사실 스트라스부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나와 아내는 얼떨떨한 상태였다. 낯선 나라 튀니지, 처음 신청해보는 패키지(Circuit) 여행. 과연 여행사는 괜찮을지, 여행상품과 실제 여행은 어떻게 차이가 날 지. 온갖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품고 우리는 떠났다.
사실 튀니지 관광 상품은 예전부터 가끔 보던 것이었다. 튀니지는 예전에 프랑스 식민지라는 멍에를 쓴 적 있는 나라다. 그래서 덕분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튀니지 사람들은 제2외국어로서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고,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와 사하라 사막이라는 관광 상품을 보유하여 프랑스 국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고대 카르타고가 이곳에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다. (물론 로마는 철천지 원수 카르타고를 철저히 파괴했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일부 폐허와, 로마가 다시 세운 고대 건축물 정도.) 프랑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무엇보다 여행 경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것도 중요하다.
나와 아내는 <프로모 바캉스 Promo vacances>라는 사이트를 이용했다. 우리가 든 사보험으로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할인이 된다는 이유도 있었고,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이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비행기와 숙소 등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 여행 상품을 발견했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이 상품을 지를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와중에, 세상에 매진이 되어버린 것이다! ‘에휴, 좋은 기회 날렸네!’ 하고 포기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갑자기 이 상품이 다시 뜬 것을 확인했다. 아마도 이 상품을 신청한 누군가가 포기를 했거나, 혹은 전산상의 문제였거나. 아무튼 다시 뜬 것을 본 나와 아내는 이건 가야 할 운명인가보다 하고 냅다 결제를 해버렸다.
결제를 마치고 나는 아내와 서점에 들러 튀니지 여행 책자를 하나 구입했다. <petit futé>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간단한 여행 책자로 프랑스 서점 어디에나 있는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이다. 여행 전에 가볍게 사전 정보를 공부할 수 있었다.
책도 보고 인터넷도 찾아보며 튀니지라는 나라를 뒤늦게 알아가고 있을 무렵, 우리가 가는 7월말의 날씨는 매우 덥고 건조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여행 상품에 사막 방문까지 있는데! 나와 아내는 부랴부랴 햇빛을 막아줄 긴 옷을 더 챙겼고, 여분의 선크림과 피부를 진정시켜줄 로션을 더 챙겼다. 모자란다면 가서 더 사기로 하고. (물론 당연히 모자랐기 때문에 현지 마트에 가서 더 샀다.)
설렘 반 걱정 반, 사실 걱정이 한 55정도 되고 설렘은 45정도 되는? 그런 상태로 출국을 기다렸다. 다행히 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하여, 우리를 맡아줄 여행사에 대한 정보와 세부 여행 일정 등을 보내왔다. 그리고 출발 며칠 전에 비행기표와 교환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았다. 요새 대금 문제 때문에 여행사가 파토를 내어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버려진다는 뉴스를 보고 듣는 와중에, 다행히 멀쩡히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서 다소 안심을 했다.
참고로 튀니지는 대한민국 국민이 별도의 비자나 절차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다. 현지에 도착하니, 비행기에서 나와 출입국 사무소를 지나면서 간단한 질문만 받았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어디서 묵을 것인지, 여행 목적은 무엇인지 정도였다.
항공사는 튀니지 에어 Tunisie Air. 비행 지연 등으로 악명이 높은 항공사였다. 결과적으로 출국에 1시간, 귀국에 2시간 정도 지연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양반이다. 보상 규정에도 이정도 지연이 있을 시 보상 자체가 없다. 뭐 승무원은 친절했고, 전혀 예상하지 않은 기내식까지 나왔으니 나와 아내는 대만족을 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차례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마음이 만족 200%로 바뀌기까지, 7박 8일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즐거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가 느낀 것 중 얼마라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