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빨래라면 질색하는 1인의 면 월경대 사용기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네?
묘하게 기분이 별로일 때가 있다. 괜히 짜증이 나는데 왜 그런지 이해되지 않을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시작한다. 월경이 달갑지만은 않은 첫 번째 이유다.
월경이 달갑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월경통이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하게 앓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하루 종일 묵직한 아랫배와 허리 통증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기란 쉽지 않다.
심한 감정 기복과 신체적 통증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월경 기간마다 나오는 '썩지 않는 쓰레기'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수십 개나 나오는 썩지 않는 쓰레기 덕분에 나는, 월경 기간 내내 죄책감에 시달렸다.
별생각 없이 사용하던 일회용 월경대에 죄책감이 얹어지기 시작한 것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생긴 이후부터이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에게도 해를 끼치는 '썩지 않는 쓰레기'를 만들기 싫어서 비누를 판매할 때도 플라스틱 제로 포장을 위해 갖은 노력을 했는데, 그런 내가 월경 기간에는 썩지 않는 쓰레기를 수십 개씩 배출하다 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죄책감을 없애기 위해 일회용 월경대 대신 사용할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적응만 되면 그렇게 편하다는) 월경컵에 도전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월경컵 끼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월경통 때문에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월경컵까지 넣으려니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수많은 검색과 시도 끝에 겨우 성공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월경컵은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뒀다.
사실 손빨래라면 칠색 팔색 하는 나이기에, 면 월경대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월경컵 사이즈 찾기와 적응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겪고 나니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결국 면 월경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구입 전 고민
몇 개 정도 사야 하지?
면 월경대를 사용하기로 결심하고 나서 맨 처음 고민했던 건 얼마나 사야 할지였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월경대와 달리 면 월경대는 여러 번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얼마나 필요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면 월경대를 사용하고 있는 지인에게 몇 개로 월경 한 주기를 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사람마다 월경하는 기간도, 월경량도 다르다 보니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최소한으로 구입한 후, 나중에 필요하면 더 구입하기로 했다.
어떤 사이즈를 사야 하지?
면 월경대의 흡수력을 모르다 보니 혹시 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안심할 수 있도록 일회용 월경대보다는 더 큰 사이즈를 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면 월경대가 전체적으로 크게 나온 편이었다. 사이즈를 비교해보니 중형이라고 해도 일회용보다 면 월경대 사이즈가 더 컸다. 그래서 평소에 사용했던 사이즈대로 구입했다.
첫 구입
중형 6개 + 슈퍼 울트라 오버 나이트 4개
추가 구입
대형 6개
처음에는 평소에 사용할 중형과 잘 때 사용할 오버 나이트를 구입했다. 그런데 월경 한 주기를 보내고 나니 뭐가 더 필요한지 확실해졌다. 나 같은 경우, 10개로는 월경 한 주기를 나기에도 부족했고, 양이 많은 날에는 중형이 좀 짧게 느껴져서, 대형 6개를 더 구입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손빨래라면 질색하는 내가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면 월경대를 선택하고, 일회용 월경대에게 이별을 고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바로 쓰레기다.
월경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보면 늘 마음이 쓰였다. 이게 생분해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생분해라는 게 되긴 할까, 그러면 썩지 않은 채로 땅에 묻혀 자연과 동물에게 얼마나 큰 해를 끼칠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매달 돌아오는 월경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면 월경대로 바꾼 이후로는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덕분에 가뿐한 마음으로 월경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몸에 좋다는 게 느껴진다.
월경을 시작할 때면 아랫배랑 허리가 유독 아팠는데, 면 월경대를 꾸준히 사용한 지 3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월경통이 완화된 걸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월경대 주변에 나던 피부 트러블도 없어졌는데, 사실 난 일회용 월경대를 사용하면서 '이게 진짜 몸에 안 좋은 성분인가 보다.'라고 느꼈던 건 피부를 보면서이다. 유기농 제품이라던가, 안전한 제품이라고 하는 것들을 사용해도 한두 시간만 지나면 습기가 차서 답답하고 가려운 데다 월경대 주변에는 두드러기처럼 피부 트러블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면 월경대로 바꾸고 나서는 그런 현상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두꺼운 면을 대고 있는 느낌이라 오래 착용하고 있으면 습해지긴 하지만, 월경할 때마다 났던 피부 트러블이나 가려움증은 거의 다 사라졌다.
매달 월경대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월경기간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바쁘게 살다가 예상하지 못한 날 월경이 시작될 때면 불안한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이번 월경주기를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또!) 새로 구입해야 하는지 남은 월경대를 세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넉넉하게 쟁여놨다고 생각했는데도 몇 개 남아있지 않을 때면 할인하는 월경대를 찾아 나서곤 했다.
사실 처음 면 월경대를 구입할 때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었다. 그런데 한번 구입한 이후로는 월경대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매달 사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다.
세탁
일회용 월경대는 버리면 끝인데, 면 월경대는 세탁을 해야 하니 이것은 어떻게 포장해도 단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고백하자면, 나는 '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애초에 버리는 게 싫어서 면 월경대를 선택했기 때문에 세탁이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혈흔이 남는 면 월경대의 특성상 애벌빨래를 한 후 본 세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빨래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번거로울 수 있다.
처음 면 월경대를 사용했던 날, 월경대에 묻은 혈흔을 다 지우겠다는 일념으로 애벌빨래를 했는데 그걸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니, 손목부터 손가락이 뻐근해지더니 어느 순간 월경대 갈러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싫어졌다.
그래서 그때부터 생각을 살짝 바꿨다. '손 씻는 김에 면 월경대에 비누칠을 한다.'라고. 그랬더니 애벌빨래가 한결 쉬워졌다.
그래서 공유하는,
면 월경대 애벌빨래 쉽게 하는 팁
1. 면 월경대를 찬물에 헹군다.
2. 혈흔이 있는 곳 위주로 비누칠을 한다.
* 대충 할 것!
3. 찬물에 면 월경대를 담가 둔다.
* 집에 마땅한 바가지가 없다면 '딸기 바가지'를 활용하면 좋다. 바가지에 든 딸기를 구입해서 (딸기는 다 먹은 후) 바가지를 활용해보자. 대부분 진한 자주색이나 빨간색 바가지라서 찬물이 혈로 물들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4. 면 월경대를 갈러 화장실에 들어갈 때 위 1-3번 과정을 반복하고, 바가지 물을 교체한다.
여기서 핵심은 '대충'이다. 혈흔을 다 지우겠다는 생각은 버리고(아주 중요), 대충 비누칠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비누칠을 대충 하면 혈흔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찬물에 반나절 이상 담가 두면 절대 안 빠질 것 같던 혈흔도 어느 정도 빠져있다. 그러니 찬물과 시간에게 맡겨두고 애벌빨래에서 너무 힘 빼지 말자!
이렇게 대충 애벌빨래를 해 놓은 후, 본 세탁에 들어간다. 손빨래로 하면 너무 좋겠지만, (손세탁을 아주 싫어하는) 나는 어느 정도 모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세탁기에 돌린다. 면 월경대는 세탁망에 넣고 면 속옷이랑 같이 빨면 세탁량도 어느 정도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비누칠하기 - 찬물에 담가 두기 - 세탁기 돌리기로 끝이니, 면 월경대 빨기도 그리 어렵진 않다.
* 면 월경대는 안쪽에 면이 겹겹이 있어 마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러니 월경 시작한 후 첫날이나 이튿날에는 빨아서 말려 놓아야 월경 끝나기 전에 또 사용할 수 있다.
세탁 빼고 다 좋아.
면 월경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가 그렇게 답했다.
확실히 그렇다. 세탁은 귀찮다. 하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내 몸에 좋다는 게 느껴진다. 월경 기간마다 쌓여가던 '썩지 않는 쓰레기'도 사라진다.
편리 便利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쉬움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면 월경대는 당연한 것이었다는데, 우린 언제부터 일회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몸과 자연은 무시한 채 편리만을 추구하게 된 것일까.
한번 쓰고 버리는 것, ‘이용하기 쉬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이롭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우리는 '이용하기 쉬운' 것보다, 나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