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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Jan 21. 2024

그리움

사춘기 ing

이유 없이 외로워질 때,

그 잠깐의 시간은 무섭기까지 해.


그럴 때

옛 추억을 떠올리곤 해.


행복인지도 모르고 지나간 기억.


살짝 웃음이 나면서

외로움은

곧 그리움으로 바뀌어.


추억은 정말 그래서 소중한가 보다.

그리운 얼굴들. 그리운 시간.

보고 싶은 얼굴.


자정이 넘은 시간, 왼쪽으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누웠다가 엎어졌다가를 반복했다.

시계 초침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저런 잡생각까지 스며들어 더욱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들은 어느새 그리운 추억의 시간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조각난 기억은 하나둘 퍼즐처럼 맞춰지고, 그 시절의 향수가 짙어졌다.


문득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기를 들어보지만이내 마음을 추스른다. 어이없어 속으로 씩 웃었다. 늦은 시각, 이미 가정을 이룬 친구들에게 그 시간에 전화한다는 건 그만큼 큰일이 있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다. 어릴 때야 술에 취해 전화도 해보고, '뭐 해?' 하며 가볍게 연락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혼자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


마음이 쉬이 추슬러지지 않아서 일기장에 이 마음을 적고 나서야 어렵게 잠이 들었다.


"오래 묵힐수록 좋은 것은 추억과 추억을 나눈 이들이다. 늦은 밤 내 소중한 추억을 함께 했던 친구를 떠올리다가 중얼거려 본다.

보고 싶다고."


세월이 흐르면서 추가된 감정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리움이다. 각자의 삶에 치이기 시작하고 '한 번 보자' '밥 한 번 먹자'는 말은 안부인사가 된다. '이번엔 진짜 보자'며 날짜를 잡는 굳은 의지는 돌발 상황에 힘없이 무너진다. 서운한 마음도 잠시 금세 수긍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기약 없는 약속이 종종 간절한 그리움으로 변하는 이유다.


 결핍된 마음을 추억으로 꼼꼼하게 채워본다. 추억은 오래 묵힐수록 소중한 기억으로 바뀐다. 다퉜던 기억도 웃으며 얘기하는 술안주가 돼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오래된 친구와는 만날 때마다 옛날이야기를 반복해도 지겹지 않은 이유말이다.

추억을 곱씹다 보니 그리움은 점점 참기 힘든 감정이 됐다. 채팅으로 안부라도 남겨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알림 소리가 울려 늦은 밤 방해될까 접었다.

세상은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심리적, 물리적 거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내일 오후라도 연락을 해봐야겠다.

바쁜 하루, 이 마음을 길게 표현할 순 없어도 오랜 친구의 좋은 점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면 마음을 전달할수 있다. 갑자기 그러면 저 쪽에선 분명 '무슨 일 있어?'하고 걱정하거나 '나도'하며 답장이 올 테지.


당연했던 그 시간이 이토록 그리움이 될 줄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시절이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

너와 좀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때론 늘 옆에 있는 게 지겨울 때도 있었다.

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을 줄 알고 미뤘고, 자주 보는 사이에 무슨 사진을 찍냐며 많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항상 시간은 후회를 남기는구나.


보고 싶다 친구야.

마음 편히 온전히 하루를 너와 옛날이야기로 웃고,

힘든 이야기를 위로받으며 보내고 싶은 욕심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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