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시집 -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시집온 후기

by 김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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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가 쓴 겨울 시 한 편을 읽었다. 얼마 전에는 미술 그림도 보았던 터라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쓴(빅데이터의 텍스트 ) 시는 일단 외형적으로는 시 같아 보였지만, 유사 단어의 나열 속에 공허함이 가득했다. 디지털 특유의 차가움은 결코 아날로그적 감성 속에서 자란 사람들의 감각 세포까지 흔들어 놓을 순 없을 것이다.


'개똥철학' 따위를 논하지 않던,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인간의 마음에 사랑이 흐를 때 인간은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의 또 다른 위기는 인공지능에서 비롯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것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텍스트를 읽어 나가던 나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오롯이 사랑의 시어들을 모아 놓은 시집 한 권을 만난것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이창훈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첫 번째 시집 '문 앞에서 '를 펴 낸 것이 2011년이었고, 2년 뒤 '내 생애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 있다.'를 출간하였으니, 이 시집은 그로부터 8년 만에 만나는 작품인 것이다.

시인이 그 긴 세월 속에 새로운 시어를 잡기 위해 이 별 어딘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림과 성찰의 시기를 보냈을 것을 먼저 생각해 보았다. 일상 속에서 교실 속에서 시인의 하루하루는 어떠했을까?

8년간 섬에서 시를 쓴 시인

제목을 보고 눈치챈 독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시집은 사랑(Amor)에 관한 시편들로 수록되어 있다.


"당신을 사랑하려면 칼을 물어야 했다.(도마)", "별은 슬프도록 아름답지만 저 멀리 있고 이별은 슬프지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다.(이별)", "눈을 뜨면 지워져도 / 눈을 감으면 보이는 / 눈을 뜨면 사라져도 / 눈을 감으면 들리는 / 사랑 그 이상한 나라(연애)" 같은 시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시집을 읽다 빙그레 웃음이 나는 구절도 여럿 있는데, 나 역시 시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유희'가 시집 곳곳에서 보물 찾기를 하듯 발견되었기 때문. "분수는 분수를 모른다(분수)"라든가 "매일 해도 닳지 않는, 매일 해도 닿지 않는 말(사랑이라는 말)" 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신발'이란 시가 특히 좋았고, 교실일지의 '희주'는 마치 나의 옛이야기를 들킨 것 같아 먹먹했다.


시인이 8년간 어디서 시를 썼는지를 시집 마지막즈음에 밝혀주고 있다. 난 웃음이 났다. 시인은 그동안 섬에 있었다. '그럼에도'와 '일어섬' 말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위기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일찍이 경제학자는 경제 위기를 부르짖었고 시인들은 (시시한) 시의 위기를 말해왔다. 하지만 신은 죽었어도 여전히 시는 살아 있다.


나 한테 시집오면, 내 마음 촉촉이 시 들어가겠지

서점 한 구석에서 조용히 시집 한 권을 들고 눈망울이 반짝이는 독자와 시 한 줄이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그래서 이 겨울, 마음속 꽃 한 송이 피어난다면 시인은 만족할 것이다.


이창훈 시인과 인연이 된 것은 '브런치'를 통해서다. 시인은 그곳에서 시인의 단상, 어린 벗(시인은 제자들을 그렇게 부른다)들과 함께 이 별(지구)에서 내가 반한 문장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과연 윤동주 신인상을 받을만하다.


오전,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브런치는 분명 마음을 살찌게 할 것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 시식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시식(詩食)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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