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가운데에서

고난의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by 호연

지난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어떻게 상상할 수 없는 고난의 길을 걸어왔는가. 많은 이에게 그 힘은 신에게서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신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 나는 이 괴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인가, 절망스럽던 와중에 들었던 제정구 선생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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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없애겠다는 것은 신이 되겠다는 것과 같다. 인간은 두려움을 없앨 수 없다. 그럼에도 힘든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은, 두려움을 그냥 참는 것이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하는 것이다.


이겨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들도 같았다. 똑같이 두려웠다. 그저 감내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세상에 피투 되어 살아오면서, 주어진 날들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굴곡진 시간들이 내게 준 것이 고통뿐이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지난 시간이 없었다면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련이 나를 아프게 때리는 것은 나약한 나를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 낫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세상이 자꾸만 나를 밀어내고 내던질 때,

그때마다 나도 나 자신을 세상에 다시 내던지며,

눈앞의 벽을 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 믿는다.


나는 내 안에 이 모든 고난을 넉넉하게 이겨낼 힘이 있다고 믿는다. 종국에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그날에 편안한 마음으로 날아가는 것, 그것만이 내가 소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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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_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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