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는 날이었다.
알람을 몇 번이나 미루다 겨우 일어나,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특별한 약속도, 꼭 해야 할 일도 없는 하루.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날이 괜히 불안하게 느껴졌을 텐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커튼이 살짝 흔들리는 걸 한참 바라봤다. 그저 그런 장면인데도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는 걸,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커피를 내리면서도 특별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이 끓는 소리, 잔에 떨어지는 커피 향, 그런 사소한 것들이 이상하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바쁘게 살아갈 때는 놓치기 쉬운 것들이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의미’를 찾으려고만 했던 걸까.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멈춰 있는 날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사실은 나를 다시 숨 쉬게 해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
기억에 남을 만큼 대단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편안했다.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주는 위로를,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