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다

by 소음양

병원에서 두 줄을 확인한 날 이후로, 내 하루는 조금씩 달라졌다.
아직 아무도 모를 만큼 작은 존재인데, 이상하게도 모든 선택의 기준이 ‘너’가 되었다.

예전에는 커피를 고를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카페인 함량부터 검색한다.
퇴근 후엔 침대에 눕기 바빴던 내가, 요즘은 자연스럽게 육아 정보와 보험 이야기를 찾아보고 있다.

특히 요즘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건 태아보험이다.


사실 처음엔 ‘이렇게까지 미리 준비해야 할까?’ 싶었는데, 알아볼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가입 시기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준비해야 선택할 수 있는 보장도 많고, 검사 이후에는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뭔가를 ‘미리’ 해두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너를 위해 보험을 고민하고, 먹는 것 하나에도 신중해지는 내가 조금 낯설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싫지 않다.


오히려 이 변화가 자연스럽고,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 얼굴도 모르는 너인데,
나는 벌써부터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혹시 모를 상황에서도 최대한 지켜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하나를 더 준비한다.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하고, 조금은 귀찮고 복잡한 과정들을 지나면서.

언젠가 네가 이 글을 읽게 될까?
그땐 아마 웃으면서 말하겠지.

“엄마(아빠), 나 그때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됐는데.”

그래도 괜찮다.
그 시절의 나는, 그만큼 너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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