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시간

by 소음양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종종 발걸음을 멈추지 못한다. 아침이면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뜨고, 출근길의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에는 빠르게 밥을 먹고, 업무에 쫓겨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만의 느린 순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날, 일부러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특별한 목적도, 일정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걷고 싶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잔잔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걷다 보니, 평소 미처 느끼지 못했던 소리와 냄새가 마음속에 들어왔다. 새들의 지저귐, 풀밭에서 나는 흙냄새,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하루라는 시간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대 사회는 속도를 강조한다. 빨리 성과를 내고,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이 일상 곳곳에 스며 있다. 하지만 느리게 걷고, 잠시 멈춰서 바라보는 일은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 있는 자리와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확인하고, 작은 행복을 발견하게 해 준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바쁘게만 흘러가던 하루가 조금은 다른 색으로 채워진 기분이었다. 일상의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주변과 자기 자신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때로는 느린 걸음으로 걷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단단하게 나를 지탱해주는 시간임을 나는 깨닫는다.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바라보며,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일. 그것이야말로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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