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보도블록

by 소음양

길을 걷다 보면, 발밑의 보도블록은 늘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 평범한 사각형들이 하루 동안 겪는 이야기를 상상하곤 한다. 보도블록은 사람들이 걷는 발걸음을 받아들이며, 햇빛과 비, 바람과 먼지를 몸에 품는다. 그 속에서 하루의 흔적이 쌓인다.


아침이면 출근길 사람들이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구두와 운동화, 힐과 샌들이 블록 위를 스치며 사각거리는 소리. 보도블록은 그 소리들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하루를 맞이한다. 떨어진 신문 조각, 커피 얼룩, 떨어진 낙엽까지. 사람들은 보지 않지만, 보도블록은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낮이 되면, 블록 위의 시간은 더 복잡해진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자전거 바퀴가 스치며, 배달 오토바이와 택시의 바퀴가 흔적을 남긴다. 보도블록은 그 모든 움직임을 차분히 받아들이며, 도시의 하루를 몸으로 기록한다. 빗물이 스며들면 얼룩이 남고, 햇살이 내리쬐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블록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캔버스처럼 하루의 풍경을 담는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블록 위에는 낙엽과 먼지, 가벼운 쓰레기들이 남는다. 보도블록은 하루 동안 스친 모든 존재의 흔적을 마음속에 담아, 조용히 다음 날을 기다린다.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흔적은 지워지기도 하고, 새로운 흔적이 쌓인다. 그렇게 블록은 하루, 또 하루를 반복하며 시간을 견디고 기록한다.


도시의 보도블록을 바라보면, 우리는 평범한 것 속에서도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이 스치며 남긴 발자국과 흔적, 바람과 햇빛에 의해 변화하는 표면. 보도블록은 말이 없지만, 하루 동안 지나간 수많은 삶을 품고 있으며, 그 속에서 도시와 인간의 숨은 이야기와 시간을 엿볼 수 있다.

평범한 땅 위의 사각형들이, 사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하루의 기록자다. 우리는 그 위를 무심히 걷지만, 보도블록은 조용히 도시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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