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이야기는 아니지만...
2월 중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저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브런치에 게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 너무나 감사하게도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커넥터스'의 하진우 기자님께서 먼저 인터뷰 제의를 주셨고, 생애 최초로 '인터뷰' 라는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단지 인터뷰를 경험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저의 글과 인사이트를 누군가 공감해주고 인정해줬다는 설렘과 벅참이 더 컸습니다. (부족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콘텐츠로 제작해주신 하진우 기자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취미라고는 하지만, 글로써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했고, 또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 하나 더 생긴 듯합니다.
3월, 이직을 했습니다. 역시나 스타트업이고, 또다시 물류입니다. 제 이력서에는 또 하나의 회사가 추가되었고, 이것으로 벌써 4번째 경력 칸을 채우게 됐습니다. 기간을 보자니 거의 1년 반에 한번 꼴로 회사를 옮겨 다녔네요.
혹자는 제 경력을 보고 너무 자주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만, 제가 이직을 하는 이유는 텍스트로 적힌 '경력' 사항이 아니라 텍스트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 제가 경력이라고 불릴 만큼의 실력이 없기도 합니다..)
물류 관련 업무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물류의 '물' 자도 모르던 저에게는 매일이 난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물류는 '현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머리가 안되면 몸으로라도 부딪힐 수 있죠. 제게 키보드보다 목장갑이 익숙한 이유입니다.
그렇게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해온 경험들이 저도 모르게 나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엔 마치 RPG 게임에서 새로운 스킬을 배운 것마냥 재밌고 신기합니다. 이런 희열 때문에 앞으로도 저는 계속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 나설 것 같네요:)
올초부터 보고 싶었던 엄지용 작가님의 책 <커넥터스>를 구매했습니다. 역시나 깊이 있는 인사이트와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아, 구매와 동시에 저의 출퇴근 시간을 삭제시켰습니다. 아마 제 다음 글의 주제가 이 <커넥터스> 리뷰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에 앞서 간단히 읽은 소감을 말하자면, '물류 책이지만 물류 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간 '물류'라는 주제를 이야기하자면 비용에 매몰된 방법론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물류의 중심가치 중 하나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것이기도 하고요.
<커넥터스>는 물류 책이지만 비용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류라는 산업에서 '비용'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꼭 물류에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충분히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니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자세한 리뷰는 다음 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커넥터스> 책을 구매하러 교보문고에 방문을 했습니다. 당연히 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렀는데, 웬걸 책 위치를 검색해보니 재고가 1개 남았다고 뜹니다. 이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재고관리 업무를 해본 입장으로써 재고가 '1개' 남았다는 건 '높은 확률로 실재고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급히 적힌 위치로 가서 확인을 해보니, 그럼 그렇지 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2~3분가량을 찾아보다 다시 검색PC로 가서 근처 직원분께 문의를 해보니 '재고가 있다고 나오면 서가에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꽤나 확신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직원분께 같이 책을 찾아봐 줄 수 있는지 요청드리고, 함께 서가로 향했습니다.
"여기 있네요."
서가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분께서 책 위치를 짚어주셨습니다. 민망하기 그지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교보문고 재고관리 시스템에 내심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전산 데이터와 실제 재고를 정확히 일치시킨다는 게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인데, 제게 답변했던 목소리에 왜 확신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마지막 1개 남은 <커넥터스>를 획득하고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인 어느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