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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ng Oct 31. 2020

코로나인데 결혼해?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내 옆자리 언니가 12월에 결혼을 한다. 행복해야 할 예비신부의 얼굴이 밝지가 않다. 제일 큰 걱정거리는 역시 코로나다. 언니는 매일 확진자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체크한다. 오늘은 많이 늘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올라가지 말아야 할 텐데, 늘 걱정이다. 사실 언니의 결혼은 회사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우리 일은 겨울이 성수기이기도 하고 요즘 퇴사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개개인의 일거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누구 하나 길게 휴가를 쓸 수도 없고 월요일, 화요일은 쉬지 말라고 아예 공지를 내려버렸다. 심지어 이 와중에 올해 안으로 휴가를 다 소진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겹쳐서 남은 11월, 12월 두 달은 남은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달이다. 


 나도 결혼 준비로 휴가를 많이 썼었고 결혼하고 나서도 신혼여행이라는 휴가가 주어지기에 이런 상황에서 언니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다들 달갑지 않아 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래도 개인의 중요한 인생사를 회사 사정에 맞춰서 하는 건 또 아니지 않은가? 그러던 중 나는 팀장님이 언니를 욕하는 얘기를 들었다. 팀장님과 언니는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였기에 나에겐 좀 충격이었다. 


"아 정말 바빠 죽겠는데 걔는 이 상황에 결혼한다고 난리고..."

"그러게요. 사람 뽑는다 해도 업무 익숙해질 때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릴 텐데..." 


 분명 앞에서는 "내가 너 결혼하는 거 보는 날이 드디어 오는구나"라고 웃으면서 축하해주던 사람이 뒤에서 저렇게 호박씨를 까고 있을 줄이야. 그것도 팀원들 다 있는 자리에서 모두 들리게 말이다. 내가 귀가 밝은 게 아니라 정말 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도 들렸다. 언니가 휴가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속상한 일은 또 있었다. 같이 밥 먹는 언니들에게도 청첩장을 건넸는데, 언니들의 반응은 이랬다.


"요즘 종이 청첩장 잘 안 돌리지 않나? 어차피 받아도 버리는데..."

"그래 그냥 모바일 나오면 주지 그랬어"

"이거 어른들한테나 드리지 요즘 애들한테는 모바일이 나을 거야"

"(날 보며) 너는 결혼식 갈 거야?"

"네, 가야죠. 안 가면 언니 서운하죠~"

"야 뭘 서운해, 요즘 코로나로 난리인데"


 도대체 당사자를 앞에 두고 이런 얘기를 왜 하는 건지. 내가 웃으면서 대답하면서 넘겼지만 차마 언니의 표정이 어땠는지 볼 수가 없었다.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게 먼저 아닌가. 배려도 없고 생각도 없다. 나는 왜 이런 사람들이랑 10개월 동안 밥을 같이 먹었는지... 갑자기 현타가 왔다. 짜증이 솟구쳐서 돌려 까기 화법으로 되받아칠까 생각도 했는데 굳이 감정 소모하기 싫고 그럴 가치도 없을 거 같아서 그만뒀다. 그냥 대놓고 묻고 싶었다.


"언니들 인성 문제 있어?"


 코로나가 터지면서 예비 신랑 신부들이 타격을 받고,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이참에 결혼 문화 바뀌어야 한다' '이 시국에 하객 부르면 민폐' '제발 다른 사람 피해 주지 말고 가족끼리만 해라'등 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나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지인들의 따뜻한 축복, 관심에 많이 행복했던 사람 중에 하나로,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은 다 그렇게 결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언니의 상황이 더 안타깝다. 집에 가는 길에도 계속 언니의 풀 죽어 있던 모습이 생각나서 기분이 뒤숭숭했다. 마침 나는 카카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100 - 드라마/영화/책 속 한 문장 매일 기록하기>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었는데, 오늘 기록할 명대사를 찾다가 문득 감명 깊게 봤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앞으로 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했던 좋은 작품이었고, 주인공 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그렇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36, 39살 먹은 언니들의 행동을 보면서 한 번 더 다짐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인증을 마치고 언니에게 위로의 글을 보냈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 시간에 언니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더 올인하라고, 그게 남는 거라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 참고자료 : https://m.blog.naver.com/jhh365629/222009383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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