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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n 26. 2024

주전자로 '숙주' 키우기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입원 치료를 했습니다. 좀 많이 아팠던 데다, 퇴원 얼마 후인 20일에 친정아버지께서 먼 길을 떠나시는 바람에 무기력하기도 했고 참혹했었는데요. 요즘엔 10일간의 입원은 '다행이다. 그때 그렇게라도 꿇어앉히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 나는 더욱 처참한 지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 당시의 입원은 건강한 생활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입원 며칠 후 정신 차렸을 때 많은 후회를 했습니다. 가장 크게 후회한 것은 먹는 것에 너무나 무심했다는 것. 사실 일 년에 라면 5개도 먹지 않을 정도라, 나물 같은 것을 즐겨 먹는 편이라, 야식 같은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나름 건강하게 먹고 산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더라고요. 멍청하게 먹고 있었더라고요.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당근 2~3개 구입해 다 소비한 적이 없습니다. 당근은 그저 김밥 쌀 때?, 불고기에? 표고버섯 같은 것 볶을 때나 넣는 정도. 결국 바람 들거나 말라비틀어져 버리기 일쑤였죠. 양배추도 마찬가지. 삶아 쌈 좀 싸 먹고, 짜장이나 카레에 조금 넣는 정도가 고작이라 냉장고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외면받다가 버리기 일쑤, 한통을 온전히 먹은 적이 없거든요. 이 둘은 비교적 저렴한 식재료인 데다가 우리 건강에 그리 좋다는데 말이죠. 밥상 차리는 것도 마찬가지, 음식 하는 것을 그리 귀찮아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아 반찬가짓수는 많았지만 영양학적인 균형은 그다지였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멍청하게 먹었던 거지요. 


그래서 먹는 것에, 아니 영리하게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요. 이런 제가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필수먹거리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녹두입니다. '녹두에는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B1, B2, B6, C, E, K, 그리고 철분,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이 풍부해 면역력 향상에, 심혈관질환 개선에, 장 건강에, 피부 건강(피부 재생)에 도움 된다. 녹두가 특히 좋은 것은 몸속 독소배출(숙취해소 등)을 도와 몸의 밸런스에 도움 된다'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잔병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특히 평소보다 기름진 것을 많이 먹게 되는 명절 끝에 배앓이로 결석한 적도 여러 번 기억날 정도로 배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이때 엄마가 끓여주시곤 했던 것이 녹두죽. 그래서 올겨울 녹두가 더욱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녹두 덕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취를 하며 먹는 것이 부실했기 때문인지 심각한 생리불순과 함께 여드름 비슷한 열꽃이 얼굴 가득 돋았는데, 엄마와 함께 간 한의원에서 처방한대로 녹두가루로 얼굴을 씻은 지 3일 만에 열꽃이 싹 가라앉았거든요. 


아무리 신경 써도 우리 몸속으로 알게 모르게 들어오는 독(중국 속이나 유해물질 등)은 막을 길이 없습니다. 공기와 물, 먹을 것 등 온갖 것이 오염됐으니까요. 그래서 늘 생각하는 것이 '최대한 덜 섭취하려는 노력과 최대한 배출하려는 노력을 하자'였는데요. 된통 아프고 나니 더욱 간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올 초, 국내산 녹두 1킬로를 구입했습니다. 녹두죽도 끓여 먹고, 밥에도 넣어먹고 시간 되면 숙주도 길러볼까 싶어서.  


주전자로 키워 해먹은 숙주채소볶음(6월 23일)


기억이 맞는다면 2000년대 초 새순 길러먹기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엔 땅콩 새싹 상품도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새싹 재배기를 구입할까? 나름 신중하게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 겨우 해 먹고 방치, 쓰레기가 될 것 같아서 그리고 필요할 때 구입해 먹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콩나물 재배기도 마찬가지. 20년 가까이 어떤 재배기가 좋을까? 기웃기웃, 새싹재배기와 같은 이유로 들었다 놨다 구입을 망설이는 제품 중 하나입니다.  


이런 제게 몇 년 전 신박한 정보가 보였습니다. '스텐주전자로 콩나물 재배하기' 였는데요. 괜찮겠다는 생각에 콩나물을 길러보니 간편하고 잘 자라더라고요. 시중 판매 콩나물보다 2% 정도 모양새가 그다지였지만. 그래서 그동안 일주일 정도 쉴 수 있을 때면 종종 콩나물을 길러먹곤 했습니다. 숙주 길러먹기는 이번이 처음, 18일 오후에 녹두 한 줌을 물에 담그는 것으로 시작 5일째인 22일에 1차 수확해 먹었습니다. 


관련 덧붙이면, 몇 년 전 땅콩싹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냥 땅콩은 심심풀이 땅콩으로 먹는 것보다 싹을 틔워 먹었을 때 영양이 훨씬 많다고요. 마늘도 그렇고, 녹두도 숙주로 길러 먹는 것이 녹두의 영양을 가장 많이 먹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숙주든 콩나물이든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루에 3~4회 물을 주면 되는데요. 주전자로 키우면 손잡이 잡고 수돗물 틀어 모든 콩에 물이 닿게한 후 따라 버린 후 뚜껑 덮어 두면 되고요.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주전자 재질이 스텐이라 훨씬 안전하겠다'입니다. 


여하간,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혹은 2012년의 나처럼 콩나물 키워보겠다고 작은 시루 구입했으나 번거로워 방치, 콩나물 키워볼 생각을 못해본 사람들을 위하여 주전자로 숙주 키운 이야기(6월 18일~6월 22) 올려봅니다.  




6월 19일. 전날 오후(18일)에 물에 씻어 상온에 둔 녹두가 싹을 틔움. ㅋㅋ 주전자 물 따를 때 녹두 몇개가 딸려 나옴. 


6월 20일 오후. 이 정도 자라면 물을 부어도 녹두가 따라 나오지 않는다.


6월 22일 오전. 1차 수확해 '명란젓애호박맑은찌게'에 넣어 먹었음.


6월 23일 오전. 하룻밤새 쑥 자랐다. 


6월 23일 오전에 2차로 뽑은 것.


6월 23일 오후 모두 뽑은 후 주전자. 오전에 냉면그릇으로 가득 수확해 먹으며 하루 더 키울 생각이었으나 오후에 모두 뽑아 냉장실로. 싹 틔우지  못한 것은 거의 없다. 


6월 23일. 숙주채소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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