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어느 날, 선생님이 가족사진을 종이에 붙이고 가족 소개를 쓰라는 숙제를 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OO이는 아빠 없는데요?
OO이는 당시 엄마와 둘이 살고 있던 한 아이였다. 나도 모르게 OO이 쪽을 쳐다보는데 그 아이는 고개를 책상 쪽으로 푹 숙이고 있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고 ‘엄마랑 OO이도 가족이지.’라고 적절하게 대답을 했지만 그 아이는 한동안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해서 그랬는지 머리를 숙인 각도가 어정쩡해서 나는 그게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거의 30년 전 일이라 한부모 가정에 대한 인식은 지금보다 말도 안 되게 더 좋지 않았고, 아마 그 질문을 한 아이는 주변의 어른들이 하는 말이나 텔레비전 등에서 학습한 가치관으로 가족이란 ‘아빠, 엄마, 아이’ 이런 구성원으로 구성된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 김세연 커플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다. 댓글난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 부정적인 의견들로 가득했다. 가장 많은 의견은 ‘이기적이다. 아이가 불쌍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냐’는 의견이었다. 왜? 뭐가 불쌍하다고 하는 걸까?
그들의 가족 사진. 출처는 김규진 님 인스타그램 @kyugenius
그들의 주장의 근거를 짐작해 보자면 ‘사회는 다수의 이성애 커플을 ‘정상’으로 보고 그 외 소수자는 혐오하고 배척한다. 그런 세상에 아이를 내놓는 것은 이기적이다’는 것일 거다.
이 근거는 얼핏 보면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만약에 그 아이가 불행해진다면 그건 이 사회가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가 큰 사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가 불쌍하다’고 걱정하듯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아이가 걱정된다면 그 아이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할 누군가의 편견에 주눅들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자기의 가치관과 다른 삶의 방식을 진정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다수의 편에 서서 소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 바로 혐오만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쓴다. 이웃집 사람이 아이가 있는 동성 커플이라면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할거고, 그 외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을 보더라도 혀를 끌끌 차지 않을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