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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Dec 20. 2022

10년 갈 아지트 만들기,  마이리틀케이브 김다솜 대표

북바(book-bar) 마이리틀케이브 인터뷰

|  INTERVIEW

                                           

                                                                           마이리틀케이브 김다솜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역삼역 직장인 10년차에 충동적으로 계약하고, 마이리틀케이브를 시작하게 되셨다는 비하인드를 블로그에 올려주셨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세요. 왜 마이리틀케이브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일단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말씀드려야 될 것 같은데,  제 꿈이 사는 동안 10개의 사업자를 내는 거예요. 물론 10개를 동시에는 못하겠죠. 인생을 살아가며 총 10가지의 사업을 해보자라는 모토인 셈인데요. 사실 마이리틀케이브가 사업자를 낸 걸로는 세 번째예요. 사업자를 안 낸 것까지 포함하면 다섯 번째고요. 20대부터 책과 관련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는데 30대가 되니 술도 좋아지더라구요. 그 때 마침 유퀴즈에 책바 사장님이 나온 편을 보고 ‘책과 술이라니 멋지다. 내가 좋아하는 것 두가지를 이렇게 합칠 수 있다니’ 짝!하고 짠!하고 실행에 옮겨버렸네요.



Q. 마이리틀케이브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고, 공간의 아이덴티티가 잘 녹아들어 있을 것, 그리고 귀여울 것. 이 세 가지를 베이스로 생각했어요. 구조 자체가 약간 동굴 같고, 입구가 긴 형태인 공간의 특색이 영향을 많이 미쳤고요. 힘들면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표현을 하잖아요? 현실과는 살짝은 동떨어진, 오롯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아지트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이리틀케이브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Q. 간판을 달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의 이유일 것 같아요. 폐쇄적이고 나만 알 수 있는 아지트 같은 느낌이 부각되니까요.

 저는 사실 말씀해주신 대로 이곳이 잘못 찾아오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아무나 그냥 지나가면서 워크인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공간보다는 숨겨진 동굴을 찾는 기분으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꼬불꼬불 숨겨진 공간을 원했어요. 힙하기도 하고요!(웃음) 그래서 간판을 안 만들고 싶었는데 간판이 없으면 영업 허가가 안 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아주아주 작게 최소한의 크기로 만들었죠. 근데 다행이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간판의 존재를 모르시더라구요? 성공했죠!



Q. 을지로에 간판 없는 가게들이 생각나네요. 지도에는 존재하지만 찾아갈 수 없는…(웃음) 간판이 작음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은 없으세요?

 북바(book-bar)라는 공간 유형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저는 여전히 니치 마켓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오히려 찾아오는 재미를 하나의 장치로 만들어 놓으면 좋지않을까 생각했죠. 실제로도 워크인으로 오시는 분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인스타그램이나 친구의 추천으로 오시더라구요.


Q. 낮에는 ‘오후의 땡땡이’ 서비스를 판매하고 계신데요. 네이밍도 무척 귀엽고,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독특해요. 이 서비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가끔 평일 오후 반차를 쓰고 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생각보다 갈 곳이 없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말 그대로 ‘오후에 땡땡이’를 치고 번잡한 현생에서 벗어나 책 한 권을 읽으며 멍때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제가 홍보를 잘 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예약자가 대부분 한 두명이어서 오후의 마리케를 독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다만 ‘오후의 땡땡이’는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칵테일을 서브해드릴 수는 없답니다. 땡떙이에 낮술은 최고의 조합인데 말이죠. 언젠가 예약자가 많아져 매출이 올라간다면 인건비를 투자하여 낮술도 제공해드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웃음)



Q. 서가에 있는 책의 대부분이 대표님 개인 소장 도서였다는 글을 봤어요. 대표님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전에는 단순히 활자를 읽을 때 내 안에 느껴지는 고요함이 좋아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잡생각이 사라지고,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 같은. 그런데 나름 책이 ‘업’이 되면서 요즘은 좀 달라요. 최근에 독서모임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데, 책으로 소통하는 게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책을 읽고 있는 현재의 나와 다른 시공간에 있는 작가와, 그리고 또 다른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과 책을 매개로 연결된다는 지점이 재밌어요. 


Q. 대표님의 ‘인생책’은 무엇인지, 그 이유와 함께 들려주세요.

  인생책이라 어렵네요. 그래도 꾸준히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보는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와 <갈매기의 꿈>이에요제가 어떤 시점과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서 와 닿는 부분이 달라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여행을 갈 때면 꼭 이 두 권중 한 권은 챙겨서 가게 돼요.



Q. 인테리어도 책을 읽기 참 좋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좌석도 쇼파, 바테이블, 책상, 4인 테이블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공간을 구성하실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셨는지 궁금해요. 

  일단 제일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조도’예요. ‘책바’에 갔을 때 느낀 점이 ‘생각보다 어둡다’는 점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어두운 조도를 유지하면서 자리마다 스탠드 조명을 통해서 책을 읽기 편하고 집중하기 좋은 조도를 만들었더라구요. 두번째로는 좌석 배치인데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넌 돈 벌 마음이 없는 것 같아. 허투루 쓰는 공간이 왜 이렇게 많아?”  하지만 저는 이곳에 오신 분들이 편안함을 느끼면서 머물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여백이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각각의 자리의 스토리를 넣고싶었어요. 실제로 단골손님 중에서는 오실 때마다 일부러 다른 자리에 앉아보시더라구요.


Q. 일종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지켜질 수 있는 공간인 거네요. 북바를 거쳐 10월부터 중고 책방까지 서비스를 확대하셨는데요. 새 책이 아닌 중고책을 판매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중고 책방에 도서관까지 관리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처음엔 작게나마 책을 큐레이션해서 새 책을 판매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오시는 분들이 판매용 새 책과 제가 가져다놓은 책을 구분 없이 읽으실 수밖에 없더라고요. 보통은 오셔서 읽고 가시지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도 많지 않았고요. 그래서 오신 분들이 책을 좀 더 자유롭게 보시려면 소장 도서와 새 책을 구분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중고 서적을 찾아다니다 보니, 또 중고 서적만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Q. 북 큐레이션부터 북토크, 북클럽까지 마리케 안에서 책과 관련하여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각 행사/콘텐츠는 어떤 식으로 기획되고 진행 되나요? 

  기본적으론 ‘혼술바’라는 공간 콘셉트의 연장선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생각해요. 혼자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조금 더 확장시켜서 느슨한 연대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보려고 했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사람은 외롭잖아요. 평소엔 정적인 공간이지만 한 달에 한 번쯤은 동적인 공간이 되어보자 라는 모토에서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손님들의 의견도 많이 듣고, 함께 일하고 있는 크루들의 취향도 반영하고요. 


Q. 저도 SNS 북클럽 게시물로 처음 마이리틀케이브를 발견했어요. 북클럽 반응은 어떤가요? 

 ‘월요북토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자유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주제북토크’, 3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짧을 글을 짓는 ‘즉흥 백일장’까지 계속해서 다양한 컨텐츠를 추가하고있어요. 특히 월요북토크는 무려 여섯번 연속으로 참여하신 분도 계실만큼 가장 인기가 좋은 북클럽이에요. 아무래도 지정독서모임보다는 가볍고 마리케에서 책을 읽을 시간을 드려 부담감을 덜어낸게 가장 매력이지 않았나싶어요.



Q. 아 모두 같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책을 읽고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거군요? 독특한 방식이네요.

 제가 예전에 그런 식의 독서 모임을 2년 정도 운영해보니, 어느 순간엔 ‘아, 책 다 못 읽었는데. 아팠으면 좋겠다. 무슨 일 안 일어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해진 책을 다 읽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거죠. 직장인들 바쁘잖아요. 그런데 저는 공간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북클럽은 시/공간적으로 여유가 있죠. 그래서 가능한 것 같아요. 책을 다 읽은 상태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여서 1시간 반동안 각자 고른 책을 읽고 난 후에 1시간 30분 정도 대화를 나눠요. 


Q. 집을 나서는 귀찮음, 퇴근길 귀가 본능만 극복한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참석이 가능하겠네요. 그런데 전부 다른 책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대화가 한 방향으로 흐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하지만 저는 월요북토크는 가벼웠으면 해요 총 정원이 9명인데요.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기 보다는, 9권의 책을 소개받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인상 깊었던 문구와, 책을 읽으면서 꼭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포인트 이렇게 딱 두가지만 이야기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순간 대화가 물흐르듯이 이어진달까요. 그게 가벼운 마음에서 오는 편한 대화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Q. 공간으로써 마리케만이 가지는 특별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롯이 나를 위한 쉼의 공간, 느리게 가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곳은 문을 여는 순간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시끌벅적한 바깥과는 다르게 침묵이 흐르고, 여유가 있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창을 보며 멍을 떄리는 분들이 많아요. 이게 바로 제가 원하는거였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오는 고요함. 


Q. 어떤 분들이 마리케를 자주 찾으시는지, 마리케를 사랑하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세요?

 한 단골손님은 마리케에 오실 때 늘 화가 많이 난 상태세요. 오시면 무조건 핸드릭스를 주문하시고요. 핸드릭스를 벌컥벌컥 마신 후엔 바로 넘버 쓰리를 시키세요. 그 분은 여기가 화를 가라앉히는 공간인 거예요. 여기선 큰 소리를 낼 수 없고, 가만히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술도 있겠다 화가 나면 일단 여기로 오시는 거죠.


 정말 재미있는 분이네요. 한편으론 화가 날 때 습관처럼 찾아서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 아지트가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요. 


 맞아요. 본인만의 방식으로 마리케를 활용하시는 게 참 재밌어요. 그리고 이전에 한 번은 어떤 분이 오셔서 “제가 오늘 사막에 관련된 책을 읽을 건데, 사막 같이 드라이한 진을 추천해주세요”라고 주문을 하셨거든요. 그 주문법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Q. 마리케를 떠올렸을 때, 어떤 책과 술이 연상되기를 바라세요?

 일반 서점처럼 책이 많은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다양한 책을 구비해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평소에 책과 가깝지 않으신 분들도부담없는 마음으로 서가에서 그 날 기분에 맞는, 끌리는 책을 골라서 읽으시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해요. 술은 아무래도 Gin을 메인으로 하는 Bar이다보니 다양한 진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떠올려지기를 바래요. 실제로 진을 안좋아하는 분이 마리케에서 말피로사 진토닉을 마시고 진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셨거든요!

 

Q. 마리케를 운영하기를 잘했다 싶을 때는 언제인가요?

 다녀가신 분들의 후기를 보거나 들을 때요. 블로그나 SNS 에 올라오는 포스팅을 보면, 누구인지 알 것 같아요. 어떤 표정으로, 어떤 기분으로 공간을 아껴주셨는지 또 얼마나 즐기다 가셨는지 떠오르거든요. 가끔은 나가실 때 직접 저한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너무 좋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바랬던 누군가의 쉼의 공간이 되었구나 싶어서 힘이 납니다.



Q. 내향인들에게 잘 맞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오자마자 “너무 좋아요”이렇게 얘기하시기 보다 나가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야기하시는 거 아닐까요?(웃음) 부끄러운 마음을 좋아하는 마음,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간발의 차로 이기는 거죠.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외향적인 사람인데, 가끔 내향인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발산만 하다보면 피곤하니까.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나를 침묵하게 하는 공간을 만든 것 같아요. 결론적으론, 내향인에게도 외향인에게도 꼭 필요하고, 잘 맞는 공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Q.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마리케가 나아갈 방향이 궁금해요. 

저는 마이리틀케이브가 10년이상 버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아지트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오실 수 있도록이요. 쉼을 위해서 매번 여행을 떠날 수는 없잖아요. 집이나 직장 근처에도 내게 위로가 되는 아지트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때론 혼자 때로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요. 기본적으로는 ‘오롯이 혼자’를 지향하지만, 다양한 소셜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함께 어울리며 온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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