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사건'이었다.

EP.1-2 내 인생 가장 좋은 어른에게, 두 번째

by 파란 점의 관찰자

최근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한 선수에게 장난스러운 돌멩이 하나를 던졌다.
예고 없는 전화, 그리고 이어지는 물음표 가득한 대화.
그리고 그 소란스러움 속에 숨겨둔 나만의 근거 있는 설계.

그 작은 파문에 당황했을 선수를 생각하며 짓궂은 미소를 짓다가,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나에게도 호수가 있었다.
내 인생 가장 좋은 어른이신 선생님.
그분은 언제나 넓고 깊고, 한없이 고요한 호수 같은 분이셨다.

그 거대한 고요함 앞에서 나는 참으로 시끄러운 돌멩이였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 오르고, 때로는 무례하게 수면을 치고 들어가는, 돌발적이고 짓궂은 제자. 따스함을 품고 다가가다가도 이내 날카로운 모서리로 엉뚱한 질문을 던져대던 나.

이제 와 코치라는 이름으로 그 시절을 복기해 보니 알겠다.
선생님의 세계에서 나는 '살아있는 사건'이었다.

그분이 보여주신 그 태산 같은 고요함.
그것은 철없는 내 모습에 대한 무관심이나 방관이 아니었다.
나의 어떤 반응도, 어떤 엉뚱한 에너지도 기꺼이 감당해 내겠다는 거대한 그릇이었다.
그분은 튕겨내지 않으셨다. 나의 모든 소란스러움을 당신의 가장 깊은 수심으로 받아내고, 말없이 품어주셨다.

물론 나라는 돌멩이가 날아들 때마다 적잖이 당혹스러우셨을 테다.
때로는 짜증도 나고, 골치도 아프셨겠지.
하지만 감히 나만의 생각을 해본다.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했던 그분의 일상에, '이 녀석이 오늘은 또 무슨 일을 벌일까?' 하는 나의 소란이 신선한 활력이지 않았을까 하고.

그 깊은 물속에서 선생님은 나로 인해 많이 웃으시고, 저 녀석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셨을까.
그래서 나는 믿고 싶다.
내가 당신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한 제자였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아끼고 기억에 남는 제자였을 확률이 높을 거라고.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돌멩이가 결국 호수의 일부가 되듯이,
나 또한 그분의 깊은 사랑 속에 여전히 머물고 있음을 느낀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호수가 되어줄 수 있을까.
오늘 내가 던진 돌멩이에 작게나마 흔들리고 생각하고 있을 저 선수에게,
나 또한 깊은 수심으로 기다려주는 그런 넉넉한 품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품 안에서,
그 선수가 본인이 이미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아마도, 조금은 장난스럽고 소란스러운 호수가 될 것 같지만 말이다.
생명력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