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비밀 통로

코치의 두 번째 몰입에 대하여

by 파란 점의 관찰자

나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선수라는 길 위에 서 있었다.

그 선택이 억압으로 느껴진 적은 없다.

나는 운동을 좋아했고, 또 잘했다.

그래서 운동선수라는 삶은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흐름이었다.

하루는 늘 훈련과 시합으로 가득했고,

성인이 되면 프로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은퇴 후 지도자가 되는 것 역시

너무 자연스러웠다.

마치 이미 놓여 있는 긴 레일을 따라

묵묵히 달려가는 것처럼.

그 레일 위에서 나는 몰입을 배웠다.

몸의 감각을 정교하게 듣는 법,

리듬을 조정하는 법,

아주 작은 변화 하나를 감각으로 붙잡아내는 법.

그게 내가 알고 있는 몰입의 전부였다.


그러나 어느 날,

아주 다른 문 하나가 내 앞에 열렸다.

익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였다.

밤늦게,

아무도 모르는 비밀 통로를 조용히 열고 들어가는 느낌.

기척 하나 없는 방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그곳에서는 내 목소리만 선명하게 들렸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꺼내기 위한 글.

평가도, 기준도 없는 글.

내 안쪽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기록들.

그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다.

평생 결과와 평가 속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익명이라는 가벼운 가면은

도피가 아니라 해방에 가까웠다.

나는 처음으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자유'를 맛보았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몸으로만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생각과 언어를 통해서도

깊이 잠겨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두 번째 통로가

내 안에 숨어 있었다는 것.

이 비밀 통로는 내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게 하고,

내가 아직 말하지 않은 마음의 조각들을

조용히 불러냈다.


이 글은 유명하지 않다.

누군가 찾아 읽는 글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조용한 기록을 쓰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게 즐거운 순간 중 하나라고 느낀다.

운동선수로 오래 살아왔던 나와

새롭게 발견된 '창작하는 나'가

아주 좁은 다리 위에서 만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다리를 건너는 중이고

이 은밀한 여정이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