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두 번째 몰입에 대하여
나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선수라는 길 위에 서 있었다.
그 선택이 억압으로 느껴진 적은 없다.
나는 운동을 좋아했고, 또 잘했다.
그래서 운동선수라는 삶은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흐름이었다.
하루는 늘 훈련과 시합으로 가득했고,
성인이 되면 프로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은퇴 후 지도자가 되는 것 역시
너무 자연스러웠다.
마치 이미 놓여 있는 긴 레일을 따라
묵묵히 달려가는 것처럼.
그 레일 위에서 나는 몰입을 배웠다.
몸의 감각을 정교하게 듣는 법,
리듬을 조정하는 법,
아주 작은 변화 하나를 감각으로 붙잡아내는 법.
그게 내가 알고 있는 몰입의 전부였다.
그러나 어느 날,
아주 다른 문 하나가 내 앞에 열렸다.
익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였다.
밤늦게,
아무도 모르는 비밀 통로를 조용히 열고 들어가는 느낌.
기척 하나 없는 방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그곳에서는 내 목소리만 선명하게 들렸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꺼내기 위한 글.
평가도, 기준도 없는 글.
내 안쪽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기록들.
그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다.
평생 결과와 평가 속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익명이라는 가벼운 가면은
도피가 아니라 해방에 가까웠다.
나는 처음으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자유'를 맛보았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몸으로만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생각과 언어를 통해서도
깊이 잠겨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두 번째 통로가
내 안에 숨어 있었다는 것.
이 비밀 통로는 내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게 하고,
내가 아직 말하지 않은 마음의 조각들을
조용히 불러냈다.
이 글은 유명하지 않다.
누군가 찾아 읽는 글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조용한 기록을 쓰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게 즐거운 순간 중 하나라고 느낀다.
운동선수로 오래 살아왔던 나와
새롭게 발견된 '창작하는 나'가
아주 좁은 다리 위에서 만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다리를 건너는 중이고
이 은밀한 여정이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