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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링크 Oct 26. 2023

작업실이 왜 필요하니?

나만의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가?

대학생 때부터 내 꿈은 나만의 작업실에서 하루하루 가치 있게 일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망원동 빌라에 조그마한 방을 친구들과 셰어 하면서 나누고 또 나눈 공간에서 책상 위에 노트북을 들고 와 작업했다. 그 공간이 겨울에는 엄청나게 춥고 여름에는 쩍쩍 달라붙는 장판이라 찝찝하기도 했고, 심지어 집과는 1시간 30분 이상의 거리가 있었지만 친구들과 작업 이야기를 나누고, 오로지 집중할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몇 달을 하고 회사를 옮기다 보니 작업실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공간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 작업실에 목말라 있었다. 


코로나가 난리던 시기 오히려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처음에는 재택근무여서 굉장히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날이 점점 지날수록 나 자신이 늘어지고, 집과 일하는 환경이 구분되지 않아 잠옷차림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게 루틴이 되어버렸다. 운동은 정말 마음먹어야지만 했고, 생활 움직임도 점점 줄어들어 집 앞 나가는 거 자체가 귀찮아졌다. 집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엄마는 틈 날 때마다 '쉬면서 일해라', '이것 좀 먹어봐라', '아직 안 끝났니?'라고 나에게 온갖 관심을 쏟아낸다. 감사했지만 일하는 나 하나 때문에 수험생 집 마냥 집에 친구들도 못 데려오고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했다. 


그렇게 매일을 보내다 보니 사람들과 만남에 있어서도 게을러지고, 적당한 나갈 이유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집에서 꼼짝도 안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을 점점 안 만나기 시작하니 우울함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미래에 대한 걱정만 산더미가 되었다.



작업실이 왜 필요하니?


나는 부모님 집에서 살지만 부모님의 해외에서 왔다 갔다 하여 격달로 계셔 집이 비는 경우가 잦다.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작업실이 그렇게까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독립심이 강한 나에게 온전한 혼자의 분리된 공간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몰두해 있을 때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을 내 통제가 가능한 공간이 필요했다. 집에 있다 보면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고, 늘어지기 일수다. 내가 어떠한 일을 하면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왜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자신만의 판단으로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걱정을 하실게 뻔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욕망은 커져갔다.



작업실을 알아보자


어떤 곳이 좋을까 고민했다. 내가 필요로 한 게 뭔지 명확해야 했다. 일하는 공간만 있으면 되는 건가? 그럼 회사에 요청해서 출근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일하는 공간도 공간이지만, 지인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같이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것을 원했다. (평소에도 사이드 프로젝트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만 만나기 어려워 실행이 어려움) 일단 경기도민인 나는 서울에 오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지금 있는 곳도 없는 게 없지만, 내 지인이 한 명도 없고, 잘 맞는 지인을 만들기에는 너무 큰 피로도가 따른다. 서울 중심부에 온다면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첫 번째 후보, 공유오피스. 공유 오피스는 인프라가 잘 되어있지만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들고 나만의 공간이 답답하며, 그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후보, 오피스텔. 오피스텔은 월세는 너무 비싸고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 전세 대출도 알아봤지만 대출을 받기에는 전세사기가 너무 많아서 위험 부담이 높아서 탈락. 빌라 월세를 알아봤다. 작업실은 집보다 더 오래 있을 공간이기 때문에 계속 오고 싶은 곳이어야 했다. 분위기가 밝고 깔끔한 곳이어야 했다. 그렇게 한 달을 온갖 부동산 앱을 뒤지다 결국 찾았다.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지만 원룸 5평. 작지만 깔끔하고 원하던 위치.



실행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내 성격의 최대 단점은 머리로 생각만 하고 모든 시뮬레이션 한 뒤에 쉽지 않거나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있다면 실행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작업실 계약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월세를 매달 내면 내가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진짜 뽕 뽑을 수 있을까? 여기 온다고 답답했던 심정이 사라질까?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나 원했던 것이고,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리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나만의 합리화를 더 크게 불어넣었다. 그리고 계약했다.



작업실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일단 매일 출근을 목표로 한다. 늦게 까지 일하는 날을 빼고는. 내 이야기를 채워 나가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프로젝트들은 회사에서 풀지 못한 헛헛함을 채워 나가는 정도였다면, 작업실이 생긴 뒤로는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세로 나아갈 예정이다. 매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 달은 작업실에 입주한 지 현 3주 차 그동안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했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회를 잡기 위한 발판 다지기를 시작했다. 


누군가는 작업실이 필요한 이유에 있어서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필요 여부에 있어서는 내가 제일 잘 알고, 그 시점도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이 시간이 해외여행과도 같다. 전체 인생에 있어 기억에 평생 남을 값진 2년이 될 테니까.


그리고 더 많은 애착을 갖기 위해 이 공간에 이름도 지었다. 블루링크. URL 쓸 때 파란색 글씨에 밑줄이 그어진 것을 '블루링크'로 칭하는데, 해당 페이지를 연결시켜주는 것처럼 나와 사람들과의 연결, 나의 새로운 창으로 연결해 주는 공간이 되는 바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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