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H&B 결합, 신개념 하이브리드 매장의 가능성은?
슈퍼마켓과 H&B(Health&Beauty)가 결합된 신개념 매장이 등장했다. 롯데슈퍼는 7월 19일 경기도 시흥에 ‘롯데슈퍼 with 롭스 1호점(시흥은행점)’을 오픈했다. 롯데슈퍼 with 롭스 1호점은 슈퍼마켓 상품은 축소하고, 프리미엄 H&B 상품을 도입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슈퍼 with 롭스 1호점(이하 롯데슈퍼 with 롭스)은 약 990㎡ 규모로 2주간 매장 리뉴얼을 거쳐 문을 열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롯데슈퍼와 그룹사 H&B 매장 롭스의 장점들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오픈 첫날 기존 대비 3.5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픈 이후, 일주일동안 일평균 매출은 3600만원으로 기존 대비 2배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이런 매출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온라인시장의 공세로 오프라인 매장 전반의 위축이 심화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SSM시장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매출증가율 12.7%로 고속 성장해왔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서 2012년 이후 매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화장품 등 트렌디한 상품을 판매하며 2014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오던 H&B시장도 최근 출점이 감소되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가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롯데슈퍼 with 롭스는 빌라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 주 고객층은 40~50대다. 그러나 경기도 시흥시는 20~30대가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한다. 특히 롯데슈퍼 with 롭스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이에 20~30대가 주 소비자층인 롭스와의 결합을 통해 고객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슈퍼 with 롭스는 일본의 식료품 매장과 드럭스토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매장 코스모스(Cosmos)와 비슷한 포맷이다. 코스모스는 식품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처방전없이 판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를 늘리고 이익률이 좋은 공산품 매출을 잡는 전략을 구사한다.
롯데슈퍼 with 롭스는 롯데슈퍼의 신선·가공식품부터 롭스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상품을 한 곳에서 구매 가능하도록 ‘원스톱 쇼핑’을 제공한다. 기존에 운영하던 슈퍼마켓 상품은 6600여개에서 5500여개로 대폭 축소했다. 프리미엄급 H&B 상품과 단독 상품은 4200여개를 도입했다. 40~50대 기존 소비자와 20~30대 신규 소비자 모두 만족시킨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연령대별 교차 구매가 일어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슈퍼를 찾은 40대 소비자가 롭스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구입하고, 롭스를 방문한 젊은 1인가구 소비자가 신선·가공식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30대 맞벌이 주부가 장을 보기 위해 롯데슈퍼에 들렀다가 뷰티 제품을 같이 구매하는 형태를 가장 추구한다.
롯데슈퍼는 젊은 소비자가 유입될 것으로 판단해 품목군을 확대했다. 소포장 간편 과일, 샐러드, 프리미엄 견과류, 즉석조리식품, 수입식품, 과자류 등 트렌드 상품을 보강했다. 스틱형 과일, 밀키트 등 ‘To-Go’용 상품은 더욱 확대했다. 수수료 매장으로 운영하던 축산코너는 직영매장으로 전환해 하이엔드급 우육과 돈육을 취급한다. 와인과 사케, 수제맥주 등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갖췄다.
롭스는 40~50대 소비자를 위한 상품군도 강화했다. 링클케어, 고보습 등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 관련 상품들을 보강한 것이다. 매장을 찾는 모든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테스트 할 수 있도록 ‘메이크업 바(Make up bar)’ 등을 구성해 체험형 매장을 추구한다. ‘스틸라’, ‘부르주아’ 등 롭스 단독 카테고리 킬러 아이템과 기능별 스킨케어 존을 구성해 손쉽게 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슈퍼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슈퍼 with 롭스는 단순히 플래그십 스토어 성격의 매장이 아니다. 내외부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내점 고객수와 매출, 운영효율을 통한 이익률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에 다루지 않던 제품을 취급하면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이들 중 쇼핑에 재미를 느낀 소비자들은 매장에 보다 오래 머물고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롯데슈퍼 with 롭스와 같은 협업도 마찬가지다. 이는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월마트가 온라인시장에 진출하고,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기업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슈퍼는 롯데슈퍼 with 롭스를 2~3개월 테스트 운영해 소비자 니즈에 맞춰 하이브리드 매장의 틀을 보완하고, 새로운 브랜드 네이밍(가칭 LOTTE SHAB#)을 통해 본격적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2018년 8월 1일자 더바이어 310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