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는 왜 AI 시대에 다시 읽혀야 하는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가 문제이기 때문에

by 더크림유니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여전히 ‘과학책’으로 소개됩니다.



우주, 별, 생명, 문명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지금 이 책을 다시 펼쳐보면, 코스모스는 과학의 책이라기보다
사고의 태도에 관한 책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AI 시대에 들어선 지금, 오히려 더 절실해졌습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고의 좌표는 그대로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하고,

더 많은 패턴을 찾아내며,
점점 더 정교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빠르면 더 좋다고 믿고

더 많이 자동화할수록 진보라고 여기며

결과가 좋아 보이면 과정은 묻지 않는 태도



코스모스는 이미 오래전에 이 사고 방식의 취약성을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해석하는 프레임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코스모스가 보여준 것은 ‘우주’가 아니라 ‘거리감’이다


세이건은 독자에게 우주의 장엄함을 보여주지만,
그 목적은 감탄이 아닙니다.


그가 반복해서 만드는 것은 거리감입니다.


인간과 우주의 거리

확신과 무지의 거리

문명과 파괴 가능성 사이의 거리


특히 ‘Pale Blue Dot’ 장면은
인간의 존재를 작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묻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제한된 좌표 위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쉽게 확신해왔는가?



이 질문은 지금의 AI 시대에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AI 시대의 착각 : 더 똑똑해졌다는 믿음


오늘날 우리는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합니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 질문 자체가 어딘가 어긋나 있습니다.


세이건이 우려했던 것은


지능의 부족이 아니라, 지혜 없는 지능이었습니다.

AI는 지능을 증폭시키지만,
그 지능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문제는 그 맥락이 충분히 성찰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디자인·UX·AI는 모두 ‘사고의 매개체’가 되었다


과거의 디자인과 UX는 정보를 전달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 이들은 인간의 사고 방식 자체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중요하다고 느끼게 할 것인가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들 것인가

무엇을 의심하지 않게 할 것인가



이 질문들은 더 이상 철학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 모두가 이미 이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한 채로 말입니다.







코스모스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코스모스는 우리에게

“어떻게 더 멀리 갈 것인가”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고 상태에서 이 방향을 ‘옳다’고 판단했는가?



이 질문은 불편합니다.
속도를 늦추고, 확신을 유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코스모스는 AI 시대의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답이 아니다


AI는 점점 더 많은 답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답이 많아질수록 질문의 질은 더 중요해집니다.


세이건은


정답을 제시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는 사상가에 가까웠습니다.

코스모스가 지금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섣불리 확신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는 AI 이전에 쓰인 책이지만,

'AI 이후의 인간을 겨냥한 책'처럼 읽힙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고 위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가?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기술의 방향이나 문명의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쉽게 확신하는 존재인지,
그리고 그 확신이 얼마나 취약한 좌표 위에 놓여 있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나면 무언가를 ‘알게 되기’보다,
쉽게 단정 짓지 못하게 만드는 책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AI 시대에 우리가 '다시 코스모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을지 모릅니다.


더 많은 기술 설명이 아니라,
더 정교한 실행 전략이 아니라,
사고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글이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기보다,
하나의 질문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다음 문장은,


다시 '코스모스'의 첫 페이지에서 각자가 직접 이어가보셔도 좋겠습니다.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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